(서울=뉴스1) 임윤지 기자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최근 친문(문재인)계와 비명(이재명)계 인사가 지속해서 '이 대표 일극 체제'에 견제구를 던지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통합 행보'를 강조하면서 이 대표가 당내 갈등을 봉합하고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이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 지난해 9월 지도부 선출 이후 약 넉 달 만에 만난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차담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평산마을에 도착해 문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들어 올리며 사저 주변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사저 방문에는 전현희·한준호·이언주·송순호 최고위원과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 조승래 수석대변인 등이 동행했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일정이 한 차례 미뤄졌다. 당초 정기적인 신년 인사 차원의 예방이었지만, 최근 비상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비명계와 친명계 의원들 간 신경전이 펼쳐지면서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에 이목이 쏠렸다.
이날 주요 대화 주제는 '통합과 포용'이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차담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과 이 대표가 통합하는 행보를 잘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면서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을 대상으로도 적극적으로 통합과 포용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것에 두 사람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큰 정치적 변화가 생겼을 때도 포용하고 통합하는 행보가 갈등을 치유하는 방안일 것'이라고 하자 이 대표 역시 '크게 공감하고 그런 행보를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가 당 안팎 격변 상황에서도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당 지지율이 정체돼 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가 이 대표의 일극 체제를 비판하는 등 친명계와 신경전을 벌이는 점도 고려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김 전 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친명계를 겨냥해 "일극 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 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김준혁·최민희 등 친명계 의원들은 "친문 계열 인사들이 당내 갈등을 부추기는 것 같다. 지금은 단결할 때"라고 반발했다.
다만 조 수석대변인은 김 전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선 "이날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전직 대통령은 당내 혹은 어떤 정치 세력을 대표하는 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통합 행보와 비상계엄 사태 대응 과정을 높이 평가하며 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명계 인사들의 이 대표를 향한 비판 공세도 약화할 가능성이 나온다.
조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정책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 당의 기반을 넓히기 위한 활동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며 "국민이 대단하다, 민주당 의원들도 역할을 잘했다고 평가하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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