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불확실한 미래와 잘 지내는 방법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인간은 미래를 불안하게 본다. '불안한 미래'는 어쩌면 동어반복일지 모른다. 그래서 미래 앞에 붙은 불안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다. 이런 사실이 못마땅하다면 미래 앞에 '확실한'이라는 단어를 붙여보라. 확실한 미래, 틀림없이 실현되는 미래. 듣기에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다음 문장을 보자.

"당신은 내일 틀림없이 사고를 당할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직후부터 나는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을 것 같다. 집 안에 있어도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어디에 있어야 할까.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이 비극적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이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나의 삶은 얼마나 끔찍할까.

미래는 불안하고 불확실한 것이 정상이다. 미래가 불안해서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믿기 때문에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생기는 것이다. 미래가 비관적이어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우울하지 않다. 미래를 다룬 수많은 책들이 마치 확실한 미래가 있는 것처럼 떠드는 이유가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우울하거나 무력감이 생긴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면 미래가 어떤 법칙으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강변하게 된다.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본인이 잘 알면서도.

미래는 원래 불확실하니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래를 더 잘 예측하려면 우선 '확실한 미래'를 알려는 욕구를 멈춰야 한다. 어느 누구도 미래를 예언할 수 없고, 어떤 법칙도 미래가 이뤄지는 과정을 틀림없이 제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믿지 말아야 한다. 미래를 상업적으로 팔아먹으려는 기회주의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미래를 불안해한다는 점을 파고들어 마치 이미 정해진 미래가 있는 것처럼 꼬드기지만 그런 것은 없다.

확실한 미래가 있다는 주장이 가장 위험한 이유는 미래를 소수의 전문가들에게 맡기려는 태도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불변의 법칙을 쓴 모건 하우절이라는 작가는 인간은 늘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본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려고 수많은 전문가들에게 미래의 정치와 경제를 묻고 있지만 이 전문가들의 예측 실력은 형편없다고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미래 예측에 형편없는 전문가들에게 다시 미래를 물을 것으로 단언한다. 이유는 이 세상이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곳이라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고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다시 전문가들에게 의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우절도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무기력하다는 주장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해결책은 하나다. '확실한 미래', 하우절의 방식으로 말한다면 '미래 불변의 법칙'을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게 있든 없든 그는 이 책으로 돈을 꽤 벌었다. 이 책으로 미래가 확실해지면 좋겠지만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하며 돈을 버는 사람은 작가뿐이다.

하우절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는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싶어 전문가들에게 의존한다고 했지만, 그의 주장을 뒤집어보면 우리가 미래를 불확실한 시간과 공간으로 받아들인다면, 더 나아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래를 전망하고 바꿀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미래 예측에 형편없는 전문가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미래 예측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다. 좀 더 공정하게 말한다면 미래 예측을 위해 전문가들의 의견이나 통계,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한 시뮬레이션 등을 참고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나 자신이' 직접 해봐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스스로 미래를 보려고 결심할 때 가장 중요한 가이드라인은 '미래 확실성'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미래 다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확실한 미래를 알려고 노력할수록 미래 예측의 결과는 틀리지만, 다양한 미래를 알려고 노력할수록 결과적으로 미래를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미래학이 수십년 동안 제시한 핵심 메시지다.

/박성원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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