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사교육 열풍이?…'교내 방과 후 활동' 적극 추진 이유는

북한 매체, '과외소조활동' 과학화·세분화 계획 보도
"당국, 사교육 경쟁에 공교육 강화 나선 듯"

본문 이미지 - 북한 학생들이 교내 과외소조활동에서 기타를 배우는 모습 ('조선의 소리' 영상 갈무리)
북한 학생들이 교내 과외소조활동에서 기타를 배우는 모습 ('조선의 소리' 영상 갈무리)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북한이 한국의 방과 후 활동 격인 '과외소조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북한에서도 사교육 문제가 심화되며 당국이 교육 정책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북한 매체 '조선의 소리'는 북한의 고급중학교(한국의 고등학교) 학생들의 교내 과외소조활동을 조명했다.

학생들은 교원의 지도 아래 영어와 글짓기부터 미술, 기타, 탁구, 태권도 등 예체능까지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참여한다고 한다.

조선의 소리는 "학생들을 다방면적 지식과 기술을 소유한 인재로 키우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소조 운영 방식을 과학화·세분화하고, 모든 교원들이 한 가지 이상의 과목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문 이미지 - 북한 학생들이 교내 과외소조활동에서 발레를 배우는 모습 ('조선의 소리' 영상 갈무리)
북한 학생들이 교내 과외소조활동에서 발레를 배우는 모습 ('조선의 소리' 영상 갈무리)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렇게 과외소조활동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북한 내 사교육 문제의 심화를 꼽는다. 마치 '장마당' 처럼 비공식적인 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며, 당국이 이를 단속하고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탈북민 출신인 조현정 통일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시장화된 이후로 학부모들의 교육열은 높아졌는데 공교육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사교육 시장이 활성화된 상태"라며 "이에 당국이 학교 교육 수준을 더 끌어올리고자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사교육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로 파악된다. 19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이후 당국의 방침에만 기대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며 교육에도 투자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2월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자들 가운데 북한에서 사교육을 경험했다는 응답률이 2000년 이전에는 3.2%에 불과했으나, 2016~2020년에는 14.1%로 증가했다. 주변에서 사교육을 목격했다는 응답률도 45.0%에 달했다.

북한의 사교육 실태는 지역마다 편차가 크지만, '특권층'이 모인 수도 평양의 경우 모든 학생들이 과외를 하나 이상씩은 수강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본문 이미지 -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학교 과외소조 활동 현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보도된 학교 과외소조 활동 현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이러한 현상은 북한의 공교육 강화 정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조현정 박사는 "과거에는 과외소조활동이 영어, 과학, 수학 등 주요 교과목 중심이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이를 개인 과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라면서 "그 때문에 과외소조활동이 오히려 악기 연주 등 예체능을 위주로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다만 "북한이 과학인재 육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앞으로 AI(인공지능) 활용법 등 기존 교과목에는 없던 새로운 과외소조활동을 제시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plusyo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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