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찰중인 지하철보안관(서울시청 제공) © News1
9월 27일 1호선 서울역 부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에 들고 있던 빨간 용액을 지하철 좌석에 뿌렸다. 코레일 열차는 좌석이 천재질로 돼있어 빨간 용액은 금세 스며들었다. 그 자리에 흰옷이나 밝은 색 옷을 입은 여자가 앉으면 엉덩이 부분이 붉게 물든다.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려는 정신이상자의 행동이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난 지하철보안관 송 모(31)씨는 "이러한 정신이상자들뿐 아니라 멀쩡한 얼굴을 한 몰카범도 자주 만난다"고 말했다.
연령대도 18세의 평범한 남학생부터 가정이 있는 4~5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20~25세 사이의 체구가 작고 어린 여성들을 주로 노린다. 몰카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적발이 되면 여성보안관이 현장을 채증하고, 남성보안관이 제압해 경찰에 넘긴다.
지난해 9월 22일 서울메트로는 '지하철 보안관' 40명을 1,2호선에 배치했다. 2012년에는 45명을 더 채용했다. 현재 1호선 8명, 2호선 32명, 3호선 20명, 4호선 20명으로 80명의 지하철보안관이 활동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7호선에 보안관 67명을 배치했다.
◇ 1년하고도 한 달, '지하철보안관제' 시행 1년간의 성과와 한계
지하철보안관은 성추행범과 이동상인, 취객과 정신이상자들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2개조로 나뉘어 오전 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후 조는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하루 9시간씩 정해진 구간에서 범죄 예방과 단속 활동을 펼친다.
서울메트로에서 보안관으로 활동하는 사람 중 대부분이 단증을 소지한 무술 유단자다. 군인과 경찰, 보안업체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이들도 많다. 지하철 성추행 피해여성이 안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성보안관도 5명이다.
서울역과 4호선 강북라인을 맡고 있는 장 모(34)보안관은 여성승객이 문제를 일으킬때는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2주전 4호선 삼각지역에서 50대 여성이 난동을 피워 승객들의 신고했다. 출동한 보안관이 수차례 설득했으나 통하지 않아 일단 지하철 밖으로 나가자며 승객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승객이 "어딜 만지냐", "이 놈이 나를 성추행한다"며 고성을 지르고 난동을 피웠다. 호출받은 여성보안관이 승객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위협이 계속돼 결국 경찰이 출동한 일도 있었다.

도열중인 지하철보안관 (서울시청 제공) © News1
◇ "너희가 뭔데?..." 보안관제 도입 1년,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 많아...
"너희 공익요원 아니야?""왜 어슬렁거려? 왜 일안해? "
"피같은 국민세금을 내가 왜 너희한테 써야 돼?" 라며 시비를 거는 승객들도 많다.
지하철보안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들을 잘 모르거나 공익요원으로 착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박 모(27·여)보안관은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단속대상인 이동상인들이 지하철보안관이 ‘사법권’ 이 없다는 점을 알고 악용하기 때문에 통제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1~4호선 지하철 보안관 단속건수 실적 (서울메트로 제공) © News1

5~7호선 지하철 보안관 단속건수 실적 (서울도시철도공사 제공) © News1
◇ 지하철 취객 ‘커터칼 휘두르는’ 등 보안관에게 시비 폭행...
24일에는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지하철보안관 손 모(44)보안관이 이동상인 김 모씨(50)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오이채칼을 팔고 있던 김 씨는 영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손 보안관의 말에 격분해 20여분 동안 실랑이를 벌이다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8월에는 서울역 전동차 안에서 술 먹고 누워있던 취객을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송 모(31)보안관이 폭행을 당하는 사건도 있었다. 50대 초반의 공무원 신분인 취객은 보안관에게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 취객을 제지할 때 커터 칼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고, 피멍이 들 정도로 몸싸움을 하기도 한다.
서울 경찰청이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지하철 발생 범죄는 2008년 1325건에서 2011년 2137건으로 61%나 증가했다.
하루 평균 6건의 지하철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특히 성폭력 범죄는 같은 기간 464건에서 1192건으로 2.5배 수준까지 늘었다.
서울시 교통정책과 이병한 과장은 "아직 승객수에 비해 보안관이 부족한 실정이라 보안관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며 "사법권 도입은 올해 시의회에 발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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