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 전에 사냥용 GPS를 목에 달고 있는 사냥개, NEWS1 세종 충북본부 취재팀이 현장 취재 도중 만난 전문사냥꾼들에게 밀착 취재 협조요청을 했으나 위험하다는 핑계로 준비과정만 촬영하도록 허락했다. © News1 김용빈기자
위치추적기(GPS수신기) 때문에 엉뚱하게도 오소리 같은 야생동물들이 수난 당하고 있다.
위치추적기가 졸지에 '신종 밀렵도구'로 탈바꿈해 이를 부착한 사냥개로 하여금 야생동물을 잡게 하는 밀렵행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NEWS1 세종·충북본부 취재팀이 현지 취재한 바에 의하면 최근 겨울 수렵기가 다가옴에 따라 충북 괴산·보은 등 일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밀렵행위가 연례행사처럼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특수 제작·판매되는 위치추적기와 사냥개를 이용한 신종 밀렵행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전국의 지형도가 내장돼 있는 위치추적단말기. 수입제품이면서도 국내 전지역의 지형도가 고도와 함께 수록돼 있다. 화면에 dog1으로 표시된 사냥개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있다. © News1 김용빈기자
사냥용 위치추적기는 대부분 수입제품으로, 소형 GPS와 위치추적단말기가 하나의 시스팀을 이루고 있는데 위치추적단말기 하나에는 최대 10개의 소형 GPS를 연결할 수 있어 동시에 10마리의 사냥개를 풀어놓을 수 있다.
위치추적단말기에는 우리나라 전 지역의 지형도가 상세히 내장돼 있어 언제 어느 곳에서나 이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으며 사냥개의 방향과 위치, 거리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다.
더욱이 이들은 보통 2~3명이 한 팀을 이뤄 1명이 적게는 1마리, 많게는 3~4마리의 사냥개를 동시에 풀어 여러 방향에서 협동 공격하는 방식으로 야생동물을 잡고 있다.
이들이 활동하는 시간은 대부분 해질 무렵인 저녁 시간대에 사냥개를 푼 다음 이튿날 동트는 시간을 전후해 개의 위치를 파악하고 사냥감 회수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고도로 훈련된 사냥개를 이용하기 때문에 사냥감을 잡은 개들은 이튿날 새벽 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사냥개들은 사냥 도중 돌연 인가로 내려가 염소나 닭 같은 가축들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사람에게도 달려드는 등 피해를 끼치고 있어 더 큰 원망을 사고 있다.
충북 보은군 산외면의 한 주민은 "며칠 전 동 틀 무렵 집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밖으로 나가보니 커다란 낯선 개가 이웃집 염소를 사냥감 쫓듯 마구 따라다니고 있었다"며 "손전등을 비추니 목에 이상한 장치를 달고 있었던 걸로 보아 외지서 온 원정 밀렵꾼이 풀어놓은 사냥개가 분명했다"고 증언했다.
이들 밀렵꾼이 노리는 사냥감으로는 주로 고가에 밀거래 되는 오소리와 멧돼지, 너구리 등 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중 특히 오소리는 곰과 동물로서, 겨울철 동면기를 앞둔 요즘 같은 시기에는 먹이를 최대한 섭취해 몸집이 일년 중 가장 비대해져 행동이 굼뜨기 때문에 예전부터 대표적인 '개 사냥감' 취급을 당해 왔다.
최근들어 밀렵꾼들이 오소리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 가장 큰 이유는 '곰 쓸개 대용으로 오소리 쓸개가 좋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으로 인해 비교적 높은 가격(1마리당 100만원선)에 팔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괴산지부의 한 회원은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잡는 것도 시급히 단속해야 할 대상이지만 가축과 사람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위치추적기를 이용한 밀렵행위를 서둘러 근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seongsi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