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의 대표 봄꽃 축제인 '서귀포 유채꽃 축제'가 2년째 울상이다. 이상기후로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아서다.
29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녹산로 일대는 이날 오후 2시 개막하는 제42회 서귀포 유채꽃 축제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준비하는 이들도, 일찍이 축제장을 찾은 상춘객들도 그리 표정이 밝지 않았다.
축구장 면적(7140㎡·국제 규격)의 11배가 넘는 8만㎡의 광활한 유채꽃 광장에도,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펴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혔던 녹산로에도 거의 꽃이 피지 않아서다.
이는 이례적인 늦추위 때문이다. 지난달부터 대체로 평년보다 낮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이달 초에는 눈까지 내리면서 개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 며칠 사이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꽃이 피려나 싶었지만 거짓말처럼 축제가 열리자마자 '반짝 꽃샘추위'까지 찾아 왔다.

이 축제는 지난해에도 이상기후로 차질을 겪었었다. 가을철 기습적인 폭우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 쓸려 나가고, 연말 내내 이어진 폭설에 2차 파종 후 자란 새싹들이 얼어죽는 일이 벌어진 탓이었다.
그래도 지난해 축제 때는 유채꽃 광장의 일부 종자수확용 유채꽃, 녹산로의 벚꽃과 유채꽃이 활짝 피기도 했지만 아쉽게도 올해는 축제장 내 모든 꽃이 거의 피지 않은 상태다.
주최 측인 서귀포시 관계자는 "꽃이 최대한 많이 피게끔 축제 직전까지 계속 비료를 뿌리고, 물을 줬는데 역부족이었다"면서 "그래도 다양한 공연·체험 프로그램을 많이 준비한 만큼 많은 방문객이 만족할 수 있는 축제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가슴 설레는 시간, 봄이 오는 소리'를 주제로 한 이 축제는 30일까지 이틀간 △도전 퀴즈쇼 △개(犬)념 콘서트 △차세대 우리춤 페스티벌 △2025 청춘 마이크 △버스킹 공연 등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유채꽃다발 만들기 △유채꽃갈피 만들기 △유채꽃압화 그립톡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채꽃 광장과 인접한 녹산로 일부 1.5㎞ 구간은 30일 오후 6시까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이 곳에서는 제주와 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소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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