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할퀸 참사, 트라우마 치유 절실…감정 억누르면 회복 안돼"

'제주항공 참사 상담' 김경민 호남권트라우마센터장
"이태원 참사부터 사고 이어져 트라우마 전사회적 확대 우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울타리에 시민들의 추모 손 편지가 붙어 있다. 2025.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울타리에 시민들의 추모 손 편지가 붙어 있다. 2025.1.4/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무안=뉴스1) 서충섭 기자 = 179명의 희생자를 남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전 국민이 지켜보며 트라우마 피해가 사회 전반에 확산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이태원 참사부터 계엄까지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트라우마 피해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14일 호남권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센터는 대면 상담 170여건 이상, 전화상담 146건 이상을 진행했다.

사고 초창기에는 80% 이상 상담 건수가 사고 피해 유가족들이었으나 사고 수습이 진행되어 갈수록 현장 관계자들의 상담 건수도 늘었다. 유가족들이 대부분 장례식장으로 떠난 뒤에는 대부분의 요상담자가 현장 공무원과 자원봉사자 등이었다.

피해 유가족들과 현장 관계자들의 트라우마 양상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피해 유가족들의 경우 가족들을 잃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데서 느끼는 죄책감을 많이 피력했다. 참사 당시 희생자들이 고통스럽게 운명했을 상황을 떠올리며 자신도 따라갔어야 한다는 마음을 떠올린다.

또다른 유가족들에게 사고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앞으로 가족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답한 심정도 많다.

그런가 하면 현장에서 유가족들을 돕는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은 현장에서 사고 수습하는 장면을 잊기 힘들고 유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에 자신들도 불안감과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경우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곁에서 차마 힘들다는 말이나 내색을 못하면서 자신이 상담을 받아도 되는지를 판단하지 못하거나, 이같은 감정이 드는 자신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남권트라우마센터는 사고 현장에서 사건에 노출된 이들이 많은 만큼 유사한 트라우마 증상들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본문 이미지 - 제주항공 트라우마 대응 관련 인터뷰하는 김경민 호남권 트라우마센터장.(KBC뉴스 유튜브 캡쳐)./뉴스1
제주항공 트라우마 대응 관련 인터뷰하는 김경민 호남권 트라우마센터장.(KBC뉴스 유튜브 캡쳐)./뉴스1

김경민 호남권트라우마센터장은 "재난 경험자의 폭은 상당히 넓다. 직접 당사자부터 가까운 유족, 대응 인력, 지역주민, 매스컴으로 접하는 일반 시민까지 다섯 단계에 해당하는 모두가 재난 경험자가 될 수 있다"며 "일반 시민 역시도 유사한 트라우마 경험이 있을 경우 현장에서 보는 것과 유사한 피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부터 이태원 참사, 최근 비상계엄 선포를 거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트라우마에 더 예민해져 있다. 그만큼 트라우마에 많이 노출돼 취약해진 상태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는 내가 지금 느끼는 반응이 전부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과불안과 염려, 죄책감, 슬픔, 수면의 어려움 등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이를 혼자 감당해야 한다 생각지 말고 전문가들의 도움이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감정을 너무 억누르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떤 이는 울고 슬퍼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어떤 이는 자신 나름 방식대로 슬픔을 감내한다"며 "이를 놓고 이제 슬퍼하지 말라거나, 왜 슬퍼하지 않고 일상을 사느냐는 지적은 바람직하지 않다. 애도를 진행하고 극복해나가도록 함께 손잡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당연히 사건 사고 책임 소개자 밝혀져야 하고, 원인규명이 이뤄져야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대형 재난 상황에서 트라우마 상담 치유가 절실하지만 평소에는 중요도가 낮다보니 예산 지원 순위가 뒤쳐지고 있어 실제 사고에서는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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