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1) 허진실 기자 = 14일 오전 대전 서구 대전시설관리공단 정수원. 대전지역 유일한 화장장인 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검은색 리무진과 버스로 가득찼다.
화장을 마친 버스가 나간 자리는 금세 다른 차량이 들어왔고 일반 주차장도 유족들의 차량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정수원 앞에서 만난 버스 기사 김 모 씨(66)는 “지금 태운 유족도 화장장 예약을 못해 4일장을 치르고 왔다”며 “장례식장도 빈소가 부족해 대기하면서 난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폐렴, 독감 등 호흡기질환이 유행하는 가운데 대전에서는 장례식장과 화장장이 부족해 4일장을 치르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e하늘 화장예약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정수원의 일반시신 예약은 3일 뒤인 17일 금요일부터 가능하다.
정수원은 하루 최대 32구를 화장할 수 있는데, 금요일도 이미 12구가 예약돼 있는 상황이다.
정수원 관계자는 “화장장을 365일 가동하기 때문에 예약이 힘든 경우는 드물다”며 “최근에는 2019년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처음”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빈소와 화장 일정을 기다리며 장례를 미루거나 하루 더 연장하기도 했다.
이날 충남대병원, 건양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 장례식장은 모든 빈소가 운영 중이었다.
충남대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작은 호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큰 장소를 찾아 다른 장례식장을 알아보는 유족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한 폐렴, 독감 등 호흡기질환을 원인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1주차(2024년 12월 29일~2025년 1월 4일) 의원급 인플루엔자 외래환자는 1000명 당 99.8명으로 최근 9주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현재와 같은 수준의 표본감시체계가 구축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최근 호흡기질환 외래환자가 늘고 있는 건 맞다”며 “다만 고령 환자나 암 환자도 종국에는 폐렴으로 사망하는 경우 많다. 정확한 집계가 없어 호흡기질환 유행과 사망자 증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화장장이 부족해지면서 정수원을 운영하는 대전시설관리공단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수원은 현재 화장로 8개를 갖추고 있는데, 공단은 다음 주부터 2개를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전 시민을 위주로 예약을 받는 한편 비교적 빠르게 화장이 가능한 인근 세종 은하수공원으로 안내를 돕고 있다.
정수원 관계자는 “현재 대전시와 소통하며 사망자 발생 추이, 화장장 예약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zzonehjsi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