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신항 특수경비원 매월1~2명 퇴사 "출퇴근·식사조차 어려워"

"차편 없어 회사서 쪽잠, 야간근무 때 굶기도"
"같은 업무하는 청원경찰과 임금 차 2배 이상"

본문 이미지 - 부산항 신항 전경/ 뉴스1ⓒ News1
부산항 신항 전경/ 뉴스1ⓒ News1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항 신항 특수경비원들은 항만근로자 중 제일 하층민이다. 항만 국경을 지킨다는 사명감도 사라졌다."

부산항 신항 특수경비원 A씨는 "생활이 힘들 정도로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자존감도 바닥을 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항 보안직 근로자들은 부산항신항보안공사(BNSC) 소속 청원경찰 9명과 외부에서 파견된 200여명의 특수경비원으로 구성됐다. 특수경비원 200여명은 A 보안용역업체 소속 1년 계약직 형태의 비정규직이다.

BNSC는 A사와 14년째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매년 평균 9억원 가량씩 계약금액이 늘고 있지만 경비원들은 여전히 최저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출퇴근과 식사조차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3조2교대로 주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야간 오후 5시부터 익일 오전 8시까지 15시간(휴게시간 3시간)근무 중인데 주간에 비해 야간 근무환경은 더 열악하다.

신항은 위치상 변두리인데다 신생 부두여서 현장까지 연결되는 대중교통편이 없고 주변에 식당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들은 구내식당이 없어 야간근무 때는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하고 식사시간이 따로 없어 쉬는 시간에 적당히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근로자들에 따르면 출퇴근 때는 주로 자차를 이용하고 있는데 개인 차량이 없는 근로자들의 경우 동료 차를 얻어타고 출퇴근 하고 있다. 그것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회사에서 쪽잠을 자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부산 해운대구나 수영구에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은 신항까지 길게는 60㎞이상 다녀야하는 탓에 애로가 더 큰 실정이다.

부두 내 항만노조원 및 물류회사, 시설관리회사, 컨테이너 검수회사 등 타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셔틀버스나 교통비, 식대를 지원받고 있다. BNSC 소속 청원경찰 9명도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고 있지만 경비원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매월 퇴사자가 1~2명씩 발생하고 있지만 제때 충원되지 않아 휴일 출근이나 24시간 근무를 해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측이 연차나 월차를 평일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피로 누적으로 쉬고 싶어도 원할 때 쉴 수 없고 명절과 공휴일 상관없이 근무하고 있다는게 근로자들의 주장이다.

본문 이미지 -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4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2020.4.29/뉴스1 ⓒ News1

보안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국가중요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특수경비원들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은다. 경비원 B씨는 "기숙사를 마련해준다는 사측의 말을 듣고 지원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통근버스는 한달 정도 운영하다 조용히 사라졌다. 6부두의 경우 셔틀버스가 있긴 하지만 특수경비원 출퇴근 시간과 버스 운행시간이 달라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식사와 관련해 그는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채 출근할 경우 야간근무 때 가끔 굶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편의점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속상하다. 이런 환경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경비원 C씨는 "BNSC 소속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은 같은 일을 하는데 급여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청원경찰은 식대나 교통비 등 기본적인 지원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꿈도 꿀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들은 "BNSC와 항만당국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없다. 노조 가입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사측(A사)이 막고 있다. 근무환경이 개선될 기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BNSC는 부산항만공사와 부산항신항항만시설 운영사 7개사 등 8개사로부터 경비보안 운영비를 받아 유지하고 있다. 항만 국경 안전을 위해서는 보안직 근로자들을 신항보안공사나 부산항만공사, 해수부 등의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만 보안 관계자는 "특수경비원들이 다른 항만근로자나 보안공사 직원들과의 격차를 조금만 줄여도 퇴사자들이 덜 발생할 것"이라며 "용역회사가 아닌 신항보안공사나 해수부에서 특수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면 용역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로 처우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1은 A사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신항보안공사 관계자는 "각 부두 운영사마다 셔틀버스를 운영하는데 현재는 일부지역에만 운행하고 있다. 신항이 지리적으로 변두리이다 보니 출퇴근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식사 시설 관련해서는 일부시설을 제외하고는 각 부두에 식당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A사와의 14년간 장기계약 관련해서는 "2006년 이후 수차례 입찰을 했지만 유찰이 됐었다. A사와 계약금액이 매년 늘어난 것은 2~3년에 한번씩 터미널이 개장되다 보니 보안 인력을 충원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한 것이다"고 말했다.

syw534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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