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호 씨는 흔들림 없는 나무 같아요. 저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같은데 말이죠(웃음). 준호 씨의 강한 정신력을 배우고 싶어요."(김소현)
"소현 씨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소현 씨 덕분에 저는 전보다 뮤지컬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손준호)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국내 창작 뮤지컬의 전설 '명성황후'에서 각각 '명성황후'와 '고종'으로 열연 중인 김소현(50), 손준호(42) 부부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뮤지컬 배우로 서로가 가진 장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인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명성황후'는 조선 제26대 왕인 고종의 왕비이자 대한제국 황후인 명성황후(1851~1895)의 삶을 그린다.
'명성황후'는 케이(K) 뮤지컬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이다. 1997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 세계 무대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또 지난 2월 5일, 국내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두 '사건' 모두 국내 창작 뮤지컬 역사상 최초다.

김소현은 2015년 '명성황후' 20주년 공연을 시작으로 2018년, 2021년에 이어 이번 공연 때도 명성황후 역으로 출연 중이다. 손준호는 2018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무대. 즉 김소현·손준호는 세 시즌 동안 이 작품에 함께 출연하며 여러 차례 '부부 페어'로 관객과 만났다.
부부가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때 장단점에 관해 묻자, 두 사람 모두 장점은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미세한 실수가 있더라도 빨리 알아채 보완하거나 커버해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단점은 서로의 일정을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개인 생활이 아예 없다"는 것을 꼽았다.
'명성황후'의 롱런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백성이여 일어나라' 장면을 예로 들고 싶어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애국심이 샘솟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인으로서 마음과 마음이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30년간 사랑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김소현)
손준호는 "음악도 롱런을 이끈 또 하나의 힘인 것 같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음악이 구식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창작진들도 전달력을 높이고자 대사를 쉽게 다듬는 등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했다.

열세 살 아들 주안이가 훗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겠는지에 대한 질문에 두 사람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김소현은 "완전 반대"라며 "이 직업을 사랑하지만, 힘든 점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안이가 부모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제 스트레스가 클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손준호는 "소질이 있고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시킬 생각"이라면서도 "하지만 주안이가 목소리는 예쁜데 남들 앞에서 자기 장기를 뽐내는 것을 싫어해서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에 '명성황후'가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는지를 묻자 김소현이 답했다.
"예전엔 역사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명성황후'를 보고 나서 우리나라 역사를 찾아보게 됐다는 관객들 평을 많이 들었어요. 이 공연을 보는 아이들이 명성황후시해사건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 우리의 뿌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명성황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 '명성황후'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