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정물화는 얼핏 정지된 시간과 고요한 세계를 단순히 캔버스에 펼쳐놓은 그림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 흐르는 시간의 흐름을 읽어내는 역사적 사료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15점의 정물화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을 통해 세계사와 경제사의 중요한 순간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 감상을 넘어, 그림 속 사물들이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추적하는 흥미로운 여정을 제공한다. 한 점의 정물화에서 작품이 그려진 배경과 화가의 정보는 물론, 그림 속 탁자 위에 그려진 각 사물이 속한 시대의 역사적 사건, 경제적 변화, 사회적 가치관을 함께 탐구한다.
이야기는 자본주의의 역사를 중심축 전개된다. 해골, 시계, 성서는 부르주아 계급의 성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청어나 튤립은 시장경제의 급격한 부침을 상징한다. 후추와 오렌지는 유럽이 해상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를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설탕과 초콜릿, 커피는 유럽과 서양이 다른 대륙을 착취하며 부를 축적한 역사를 드러낸다. 20세기 이후에는 앤디 워홀의 수프 캔처럼 대량생산과 소비문화의 상징이 된 사물들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독자들은 탁자 위에 놓인 사소한 사물 하나가 인류의 경제와 사회,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계사와 경제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자본주의의 개념과 작동 원리를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그림 속 사물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이야기응 통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경제적·사회적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세계사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
△ 정물화 속 세계사/ 태지원 글/ 아트북스/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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