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국세청이 지난달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 '원클릭'을 출시했다. 원클릭은 이용자들에게 최대 5년의 환급액을 한 번에 보여주고 간편하게 환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국세청은 약 311만 명의 납세자에게 2900억 원 규모의 종합소득세 환급을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원클릭 서비스를 소개하는 국세청의 보도자료에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있다.
바로 '민간 서비스 이용 시 환급 금액의 10~20%를 수수료로 지급해야 하지만 원클릭은 이러한 부담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문구다.
국세청은 익명의 시민 반응으로 "솔직히 수십만 원씩 환급해 준다는 게 믿기 어려웠고, 개인정보를 그대로 넘겨주는 게 불안했는데 국세청이라면 걱정 없잖아요"라는 문구까지 덧붙였다.
국세청은 시민의 발언을 빌리면서 비교 대상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금 환급 대행 서비스를 운영 중인 민간 기업들을 의식한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가 국민 편의를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그 고민의 결과물이 '원클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창업에 뛰어든 기업가들에게 이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다. 공공이 비슷한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한다면 민간 기업은 수익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5년 창립 이후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드디어 성장 궤도에 올라탔는데 혹여나 동력이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다.
성장하는 산업에는 사람과 돈이 모이기 마련이다. 실제로 200여 명의 임직원들이 자비스앤빌런즈에서 일하고 있고 투자 유치 금액은 약 400억 원이다. 사람과 자본이 모이는 하나의 산업이 된 셈이다.
정부로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 2023년 8월 관계부처가 힘을 합쳐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 대책'을 내놓은 배경도 창업을 활성화하자는 데 있었다.
정부는 민간기업과 직접 경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이 제도권 내에서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더욱이 타다(택시), 로톡(변호사) 등 전통 직역과 갈등을 빚은 산업들의 선례를 생각해 보면 정부의 역할은 명확해진다. 지금은 정부가 선수로 뛸 때가 아니라 혁신 산업과 전통 직역 간 갈등을 해소해야 할 때다.
자비스앤빌런즈는 국세청의 '원클릭'과 공존하면서 유료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세무사와 개별 소비자를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어려웠던 세금 환급 문제를 쉽게 풀고자 한다.
백주석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고객이 전문가(세무사)를 원스톱으로 만날 수 있는 시장을 열어보고 싶다"며 "삼쩜삼은 언제나 세무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상대방을 제거하는 전쟁 대신 공존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자비스앤빌런즈. 이제 공은 정부와 세무사들에게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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