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석유화학업계가 현대차(005380)그룹과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 규제와 전동화 전환에 따른 맞춤형 소재를 공급해 모빌리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글로벌 큰손인 현대차그룹을 고객사로 확보한다면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기아 EV3 스터디카의 리어 램프 렌즈 부품에 친환경 PMMA(Polymethyl methacrylate) 소재를 제안했다.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PMMA는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 후 다시 재융합하는 해중합 방식으로 생산된다. 기존 플라스틱과 동등한 품질을 구현한다는 게 장점이다.
EV3 스터디카는 내·외장 및 섀시 플라스틱 부품 일부를 재활용 플라스틱과 바이오 소재를 활용한 실험 모델이다. 롯데케미칼은 당장의 매출보단 중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위해 스터디카 개발에 참여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눈도장을 받게 되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723만 대를 판매해 2년 연속 700만 대 고지에 올랐다. 세계 3위 완성차그룹이다. 올해 하이브리드차(HEV)와 보급형 전기차(EV) 등 확대와 미국 현지 생산 체제 강화로 연간 738만 대 이상을 판매해 역대 최고 실적을 쓰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완성차 업계가 재활용 소재를 늘려야 한다는 점도 현대차그룹과 동맹 강화의 배경이다. EU(유럽연합)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ELV(End-of-Life Vehicles) 규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설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고려하고 차량 제조에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로 사용해야 한다.
SK지오센트릭과 SK케미칼(285130)도 EV3 스터디카 개발에 참여했다. SK지오센트릭은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활용한 PP(Polypropylene) 소재 개발사로 참여했다. SK케미칼은 순환 재활용 PET를 일부 제품에 적용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스페셜티 소재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다양한 친환경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며 "수익성 낮은 범용의 매출 일부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화업계의 모빌리티 시장 진출 움직임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동화 전환 추세에 따라 맞춤형 소재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지난 2023년 차량용 플라스틱 시장 규모를 295억 4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오는 2036년까지 592억 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LG화학은 북미에 전기차 업체용 방열 접착제를 공급했다. 방열 접착제는 배터리 셀을 모듈이나 팩에 접합할 때 사용된다. 롯데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주 현상을 지연하는 고강성 난연 PP를 개발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의 요구와 시장 변화 등 고객 요청 사항에 따라 다양한 기능의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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