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자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업계에서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문을 줄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AI 반도체 수요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경제일보는 일본 노무라증권의 분석을 인용해 AI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엔비디아가 TSMC의 주문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15일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호퍼 시리즈의 단종과 차세대 제품인 블랙웰 GB200A에 대한 제한적 수요, GB300A의 수요 둔화 등을 엔비디아가 TSMC의 공정 주문을 줄이는 이유로 꼽았다.
엔비디아의 주문 감소로 TSMC의 첨단 패키징 공정인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S 수요가 줄어들면 매출이 1~2%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만 공상시보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AMD, 브로드컴 등 TSMC의 다른 주요 고객도 수요 둔화로 인해 CoWoS 주문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상가상으로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의 발열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어 차세대 가속기의 수요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 블랙웰 칩이 장착된 서버 랙이 과열되는 결함으로 인해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메타 등 고객사가 블랙웰 GB200 주문을 일부 줄였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가 대(對)중 반도체 수출 규제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이같은 소문이 돌면서 AI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국가별로 수출 상한을 정해 자국의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은 상한이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우려국가는 수출을 전면 통제하고, 동남아 등 중간지대 국가에는 국가별로 할당된 쿼터 안에서만 AI 반도체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추가 규제도 예고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퇴임을 앞둔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삼성전자(005930), 인텔의 실사를 강화, 중국 수출을 제재하는 조치도 발표할 예정이다. 14나노 및 16나노 이하 공정에서 생산된 칩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경제일보는 "미 행정부의 새로운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CoWoS-S 주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엔비디아 매출의 56%가 미국 외 고객으로부터 발생하고 있고, 중국의 매출 비중은 17%로 추정된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세계적으로 혁신과 경제 성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AI 반도체 시장의 견조한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TSMC의 CoWoS-S 주문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해 매출도 AI가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블랙웰 시리즈의 수요 감소로 인한 메모리 업계의 영향도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은 이날 리포트를 내 "엔비디아 블랙웰 이슈는 수요 감소보다 일시적 공급 차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북미 빅테크는 단기적으로 블랙웰을 호퍼로 대체하고, 장기적으로 400조 원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주문량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블랙웰 출시 지연에 따른 메모리 업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오는 17일(현지시간) 대만 지사 방문을 계획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에 앞서 중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 규제 대응 전략 마련 차원에서 황 CEO가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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