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류종은 기자 = 현대자동차가 올해 배당성향을 2배 가량 높이고 중간배당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원화강세 등 환율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14% 넘게 줄었는데도 배당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보수적인 배당정책을 펼쳐온 현대차가 배당금을 대폭 늘리는 것은 최근 폭락한 주가와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 및 해외시장에서 505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약 1.8% 증가한 규모다. 반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는 지난해보다 3.9% 가량 증가한 871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브랜드가치 함량과 내년 양적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는 22일 지난해 총매출액이 전년대비 2.2% 증가한 89조2563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7조5500억원으로 전년대비 9.2% 가량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14.9% 감소한 7조6495억원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경상이익도 지난해보다 14.9% 줄어든 9조951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대비 4.8% 증가한 496만1877대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신형 제네시스 판매 본격화 △LF쏘나타 출시 등 신차공세를 앞세워 전년대비 6.7% 증가한 68만3532대를 판매했다. 해외시장에서는 국내공장 생산수출분 119만5000대, 해외공장 생산판매분 308만3345대 등 총 427만8345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4.6%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원화강세와 신흥국 통화약세 등 불리한 환율 여건을 겪었다. 미국 시장에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등 노후 모델에 대한 판매보조금(인센티브)도 크게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8.5%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 이하를 밑돌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예측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는 관세인하와 환율효과로 경쟁력을 강화한 수입차들의 공세가 한층 거세지고, 해외시장에서도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짠물 배당' 현대차…배당 높여 주주잡기 나섰다
현대차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배당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배당성향은 지난해 6.2%보다 2배 가량 높아진 11.1%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사장)은 "그동안 보수적인 배당성향을 보였는데 올해는 보통 배당금을 주당 3000원으로 정해 전년대비 54% 증가할 것"이라며 "배당 증액은 1회성이 아니고,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증액을 결의한다.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을, 우선주에 대해서도 1주당 3050~31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전체 배당규모는 8173억원이 될 예정이다. 지난해 보통주 배당금은 1950원이었다. 배당금이 높아지면서 배당성향도 지난해 6.2%보다 2배 가량 높아진 11.1%를 기록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중간배당도 검토하고 있다. 이 사장은 "그동안 주주 친화, 환원 정책에 대해서 여러번 이야기를 한 바와 같이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중간배당 실시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오는 2월 11일까지 4600억원을 들여 자사주 285만여주를 순차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한전부지 매입 이후 폭락한 주가 방어 및 회사 가치 증진을 위해서다. 이 사장은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해 글로벌 자동차업체 평균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순이익이 감소했는데도 배당금을 늘리는 것은 한전부지 매입, 현대글로비스 블록딜 실패 등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간배당은 현대차그룹이 창립한 이후 처음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현대차 주가는 한전부지 매입 이전인 지난해 9월 17일 21만8000원에서 이날 현재 16만8000원으로 약 22.9% 가량 하락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배당 확대는 예전부터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검토해온 사항이고, 중간배당 역시 다르지 않다"며 "주가 회복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고 밝혔다.
◇올해 점유율 하락 예상…품질높이는 '질적성장'에 무게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이 예상되자, 올해 양적성장보다 질적성장에 중심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양적성장은 중국 4공장이 완공되는 내년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원희 사장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는 전년대비 3.9% 가량 증가한 871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는 올해 전년대비 1.8% 증가한 505만대 생산·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어 점유율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로 내수시장 69만대, 해외시장 436만대로 잡았다. 내수와 해외 모두 지난해보다 1% 가량 성장하는 규모다. 현대차는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시장규모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미국시장은 엔저 기조에 영향을 받아 일본차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현대차는 올해 전략 차종과 친환경차 출시로 시장에 대응하는 한편 브랜드 가치제고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품질경쟁력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질적성장'을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선행 파워트레인(동력계통) 개발에 4조원, 공장생산성향상에 2조원 등 총 1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사장은 "현대차는 올해 LF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전용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향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미래형 스마트카, 친환경 차량 개발에 주력해 미래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양적성장' 시기를 내년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4공장과 5공장이 완공되면 생산량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국4공장은 올 2분기 중국 허베이성 창처우시에 연산 30만대 규모로 착공된다. 허베이성은 북경, 천진 등과 인접한 수도권 지역으로 중국정부 개발정책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 4공장은 내년 상반기내 완공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올 3분기에 중국 충칭시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중국5공장을 착공해서 2017년 1분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충칭시는 중국 서부 내륙 개발의 대표적인 거점이다. 향후 중국 수요가 늘어나면 증설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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