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 상무는 보험사 오너 3세들 중 가장 늦게 임원으로 승진했다. 1981년생 신 상무는 오너 3세들 중 유일하게 교보생명의 여러 자회사에서 보험 본업과 관련한 다양한 직무를 경험했다.
최근 신 회장과 FI(재무적 투자자)의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및 사업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한 신 상무의 가장 큰 과제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아버지 신창재 회장의 그늘을 벗어나 교보생명의 차기 오너로 존재감를 드러내야하는 것이다.
신 상무는 2015년 교보생명 관계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한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거쳐 2021년 교보DTS(옛 교보정보통신) 디지털혁신(DX) 신사업팀장을 맡았고, 자회사이자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디플래닉스(Dpleanex) 설립을 추진했다.
그는 2022년 교보생명 차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데이터전환(DT)지원담당과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을 역임하며 5개 자회사(교보증권·교보문고·교보라이프플래닛·교보정보통신·디플래닉스)의 흩어진 데이터를 한 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주도했다.
신 상무는 보험사 오너 3세들 중 유일하게 자회사에서 보험업 관련 경험을 쌓았고, 직급도 가장 낮은 대리부터 시작했다.
그가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여간 근무한 점을 감안하면, 교보생명 자회사 입사 과정에서 '오너 3세'라는 혜택이 거의 없었던 셈이다. 현재 차남인 신중현 실장도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디지털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신 상무는 교보생명과 자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지만,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정도로 평소 처신이 조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상무의 내성적인 성격은 아버지 신창재 회장의 영향이 크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인 신창재 회장은 1996년 부친인 신용호 창업자의 건강 악화로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44세에 의사를 포기하고 경영에 참여한 신 회장은 '장기적 전략'을 뚝심 있게 추진하며 교보생명을 대형 생보사로 성장시켰다.
존경받는 경영인, 뚝심있고 강인한 아버지 밑에서 교육받은 신 상무가 아버지가 키워낸 회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신 회장과 어피너티 등 FI(재무적 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만큼 교보생명의 3세 경영 승계작업도 어느 정도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7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와 4.50%를 신한투자증권, SBI그룹 등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 회장과 어피니티·GIC는 주당 23만4000원으로 풋옵션 가격을 정하고 지난 2018년 이후 본격화된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2대 주주와의 풋옵션 분쟁이 해결됨에 따라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05년부터 금융지주사 전환을 검토해 왔고, 지난해 2월 정기이사회에서 금융지주사 설립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 금융위원회에 금융지주사 전환 인가를 신청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 내년 말까지 금융지주사 체제 전환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존 생명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손해보험, 저축은행, 캐피탈 등 금융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교보문고,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AIM자산운용, 교보라이프플래닛, 교보리얼코, 교보자산신탁 등 15개 비상장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저축은행, 손해보험사 인수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사업 영역 확장은 여전히 신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업계는 교보생명의 수월한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신 상무가 금융지주사 전환 및 사업 영역 확장 등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적기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상무가 지난해 말 임원으로 승진했지만 교보생명의 3세 경영 승계는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속도가 더딘 편이다"라며 "최근 신 회장의 풋옵션 분쟁이 해결되면서 교보생명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영 승계까지는 아직 여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편집자주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등 대형 보험사 3세들이 경영 승계 시험대에 올랐다. 입사 12년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큰 그림'인 디지털, 글로벌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보험사 3세 중 가장 먼저 승계 기반을 닦았다. 2023년 12월 현대해상 최연소 임원으로 입사한 정경선 전무는 1년 만인 지난해 말 파격적인 조직개편으로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중하 상무는 교보생명 입사 10년만인 지난해 임원으로 승진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험사 오너 3세들의 경영 평가와 승계 과제를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