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싱가포르투자청(GIC)과의 13년에 걸친 '악연'에 마침표를 찍었다.
7일 교보생명은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와 4.50%를 신한투자증권, SBI그룹 등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GIC는 주당 23만 4000원으로 풋옵션 가격을 정하고 지난 2018년 이후 본격화된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어피니티 4350억원, GIC 2150억원 규모다. 이번에 합의 본 풋옵션 가격은 지난 2012년 투자원금 24만5000원보다 더 낮은 수치다. 원금은 어피니티 4550억원, GIC 2250억원 규모였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4개 펀드 중 2곳이 엑시트를 결정하면서 컨소시엄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교보생명의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FI)인 IMM PE와 EQT(각각 5.23% 보유)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여 지난 7년간의 풋옵션 분쟁이 완전히 종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신 회장은 50%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는 풋옵션 분쟁으로 미뤄졌던 금융지주사 전환,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장남인 신중하 상무 승계작업 등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추진해온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에 본격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난 13년간 신 회장과 어피니티의 인연을 '희로애락(喜怒哀樂)' 네 글자로 풀어 본다.
신창재 회장과 어피니티의 인연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교보생명 지분을 처분키로 결정하면서다.
이때 신 회장의 '흑기사'로 깜짝 등판한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 5000원, 총 1조 2054억 원에 인수한다. 당시 신 회장과 어피니티는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을 못 할 경우 어피니티가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약속한 2015년 상장하지 못했고, 2018년 어피니티는 "투자금 회수를 더 늦출 수 없다"며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어피니티는 풋옵션 행사와 함께 안진회계법인에 교보생명의 가치평가를 의뢰한다. 당시 안진회계법인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주당 40만 9000원으로 평가했다.
이에 신 회장은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가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신 회장은 교보생명 주식 가치는 주당 20만 원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대주주가 스스로 자사의 가치를 낮추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대로라면 교보생명이 어피니티에 지급해야 하는 풋옵션 대금은 2조 원 정도다. 신 회장이 주장하는 풋옵션 대금과는 무려 1조 원 정도 차이가 난다.

결국, 신 회장과 어피니티는 긴 소송에 돌입했다. 1·2차 ICC 국제소송과 1·2·3심 형사소송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송전이 펼쳐졌다.
지난 2019년 어피니티가 먼저 대한상사중재원(ICC)에 중재를 신청했고, 교보생명은 2020년 안진회계법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 결과적으로는 ICC 중재판정과 대법원까지 가는 형사소송에서 신 회장은 모두 패배했다.
우선 2021년 ICC는 '1차 국제중재재판'에서 신 회장의 '패소'를 명시하며, 어피니티 측의 법률비용 50%와 중재비용 100%를 보상하라고 명했다.
다만, ICC는 신 회장에게도 희소식을 전했다. ICC는 어피니티가 요구한 40만 9000원이라는 가격에 교보생명이 지분을 매입해야 할 의무는 없고, 해당 풋옵션에 대한 이자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중재했다.
2022년 서울중앙지법원은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과 어피니티 임직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의 교보생명에 대한 가치평가가 특별히 어피니티 측에 유리한 방법만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찰은 항소했지만,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대법원까지 안진회계법인과 어피니티에 최종 무죄를 판결했다.
지난해 말 ICC의 '2차 국제중재재판' 결과가 공개됐다.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풋옵션 가격을 다시 산정하라고 판정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결에 따라 신 회장이 교보생명의 1주당 공정시장가격(FMV)을 산출하기 위해 EY한영을 외부 평가기관으로 선정하고, 그동안 FI등 어피니티와 협상을 벌여왔다.
그 결과 신 회장과 어피니티·GIC는 주당 23만 4000원으로 풋옵션 가격을 정하고 지난 2018년 이후 이어온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번에 합의본 풋옵션 가격은 지난 2012년 투자원금 24만 5000원보다는 낮지만 40만 원이 넘던 어피니티측의 과거 요구에 비하면 대폭 조정된 결과다.
향후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인수합병(M&A) 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계약으로 신 회장은 50%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고, 풋옵션 분쟁으로 미뤄졌던 금융지주사 전환, M&A, 기업공개(IPO) 등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지분율 0%'인 신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경영전략담당 겸 그룹데이터TF장 상무의 승계 작업도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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