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예정된 4일을 전후로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마성 종목에 투기성 자금이 몰렸다 빠지며 주가가 급등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증권가에선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던 점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에게 변동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3일 기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테마주로 분류되는 형지아이앤씨(011080)와 오리엔트정공(065500)의 회전율은 각각 1318%, 1150%에 달했다. 회전율은 거래량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눈 비율로, 1000%면 유통 주식이 전체가 열 바퀴 거래됐다는 의미다. 손바뀜이 급격히 늘면서 형지I&C는 185%, 오리엔트정공은 125% 각각 급등했다.
두 종목 모두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테마주에 불과하다. 오리엔트정공은 이 대표가 청소년 시절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형지I&C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 이 대표가 추진한 무상 교복 정책과 맞물려 관련 기업인 형지엘리트, 형지글로벌 등과 함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정치 테마주가 높은 회전율을 보였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관련 테마주로 꼽히는 iMBC(052220)는 466.03%,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테마주 평화홀딩스(010770)는 219%, 홍준표 대구시장 관련 경남스틸(039240)은 89.12%,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관련 대상홀딩스(084690)는 65.52%를 기록하는 등 다수 종목에서 잦은 손바뀜이 포착됐다.
증권가에서는 정치 테마주는 실적과 무관하게 일회성 호재로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급등세가 언제 꺾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다. 특히 하루에도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어 투자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이재명 테마주 오리엔트정공은 이날 18%가량 올랐다가 2% 하락 마감했다.
정치 테마주 롤러코스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앞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탄핵 선고일이었던 2017년 3월 10일 직전까지 급등했던 정치 테마주들이 이벤트 소멸과 함께 일제히 급락한 바 있다.
일례로 박 전 대통령 관련 테마주였던 세우글로벌은 탄핵 소추안이 발의된 2016년 12월 3일부터 145% 올랐지만, 두 달 만에 50% 하락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테마주였던 DSR도 선고 전 한 달간 55% 급등했으나, 탄핵이 인용된 이후 한 달 동안 20%가 빠졌다.
정치 테마주에 몰리는 개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던 2017년 1~7월 특별조사반을 운영해 33개 종목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를 포착했다. 정치인과 관련 있는 인사를 임원으로 위장 영입하거나, 풍문을 유포하고 시세를 조종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속인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한편, 금융당국은 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직후 간부들과 함께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날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도 이날 내부 대책 회의를 통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전날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필요시 즉각적인 시장 안정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24시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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