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도 있는데 '미국식 CEO 모델' 통했다…'성과주의'의 힘[메리츠 웨이]②

소유·경영 분리한 조정호 회장의 결단…전문경영인에 일임
"인재에 돈 안 아껴" 최고 수준 임금…"성과가 곧 로열티"

본문 이미지 - 메리츠금융지주 사옥 (메리츠금융 제공)
메리츠금융지주 사옥 (메리츠금융 제공)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메리츠는 금기가 거의 없는 조직이지만 로열티(충성심)란 말은 금기어다. 측정할 수가 없기에 성과주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성과를 낸 사람이 충성한 사람이다. 승진과 보상, 그리고 더 큰 도전의 기회는 성과를 내는 사람에게 주어진다."(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메리츠그룹의 조직 문화를 관통하는 한 단어가 바로 '성과주의'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는 미국식 전문경영인 모델에 가장 부합하는 기업이다. 최고경영자(CEO) 주도하에 철저한 성과주의를 기반으로 회사를 키워낸 것이다. 태생은 오너가 있는 재벌가 기업이었지만, 조정호 회장이 '한국식 오너'의 자리를 내려놓고 대신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전진 배치하며 새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켰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9.8% 증가한 2조3334억 원을 기록, 2년 연속 '2조 클럽' 달성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1조 7105억 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냈고, 메리츠증권은 6960억 원으로 6년 연속 5000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한국식 오너' 탈피한 조정호 회장…전문경영진에 전권 위임

그간 메리츠금융의 성장 주역은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이다. 이들은 지난 2023년 11월까지 각각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대표를 맡아 회사를 키웠다.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인 이들에게 회사 경영을 10년 가까이 일임하고, 경영진들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회사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내 기업에 미국식 성과주의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조 회장이 '한국식 오너'의 세습 경영 대신 미국식 주주중심주의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기만 기다리는 일반주주와 달리 대주주들은 대부분 주가 상승을 반기지 않는다.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상속이나 증여 때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둬야 하는 대주주 입장에서 주주환원은커녕 주가를 누르는 것이 더 유리하다. 주가가 하락할수록 세금을 적게 내고 많이 상속받을 수 있다.

조 회장은 2018년 승계 작업을 타진하다 현재의 상속·증여세의 구조하에서는 대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충돌이 발생해 효율적 경영을 하기 어렵단 결론을 내렸다. 이듬해 조 회장은 "승계를 하지 않을 테니 구조를 효율적으로 짜라"고 지시했다.

그는 일찍부터 미국 유학길에 올라 재벌가 2세 중 가장 먼저 미국의 성과주의 문화를 체득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경영학 석사도 마쳤다.

이에 경영진들은 공격적인 현장 영업, 성과 보상주의를 중심으로 사세를 키워나갔다.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중심의 수익성 확보를, 메리츠증권은 부동산금융 중심 기업금융(IB)을 바탕으로 입지를 넓혔다. 메리츠는 연공서열 대신 파격적인 승진, 임원보다 높은 연봉을 약속하며 성과를 독려했다.

"인재와는 몸값 흥정 안 해" 최고 수준 연봉…인재경영에 성장 가속화

인재 모시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당초 최희문 부회장은 조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미국 월가 출신의 CEO로 유명하다. 대한생명, CSFB, 삼성화재, 삼성투신운용 등에서 '채권쟁이'로 명성이 자자했던 김용범 부회장은 약 3년간의 야인 시절 메리츠 측 제안을 받고 회사에 합류했다.

조 회장의 경영 슬로건 중 하나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와는 몸값 흥정을 하지 않는다'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메리츠금융 계열사 평균 연봉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4년 기준 메리츠화재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 3164만 원이고,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상반기 지급액만 1억 1367만 원으로 전체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1970년대생들을 C레벨로 올리며 메리츠의 성과주의 인사 철학을 다시금 증명했다. 최대 실적을 만들었던 김중현 메리츠화재 사장(1977년생)은 업계 최연소 사장 기록을 썼고, 주역으로 꼽혔던 이범진 기업보험총괄 사장도 승진했다. 메리츠증권에선 IB 전문가 김종민 대표가 사장 승진하며 장원재 대표와 투톱 체제를 완성했다.

최근에도 사업 강화를 위한 인재 영입이 이어졌다. 메리츠증권은 전통 IB 역량 강화를 위해 올 초 업계 대부인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정 고문과 함께 일했던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도 기업금융본부장(전무)으로 영입했다. 인수금융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다수 영입했다.

seunghee@news1.kr

대표이사/발행인 : 이영섭

|

편집인 : 채원배

|

편집국장 : 김기성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