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석학 추천이라더니 휴지 조각…리딩방에 우는 서학개미[주식 이민]④

나스닥 새내기주 MNDR, 600% 뛴 뒤 하루 만에 공모가 밑으로
리딩방서 소형주 추천한 뒤 '먹튀'…해외 범죄 피해구제 어려워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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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불법 리딩방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년 전부터 활개를 쳤던 해외 선물 리딩방에 이어, 최근에는 외국인 석학을 사칭하거나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 직원이라고 속여 특정 종목 매수를 직접 추천하는 사례가 다수 드러났다.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수백억 원을 투자한 미국 주식 종목은 휴지 조각이 됐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팅 애플리케이션 오픈 채팅방에서 자신을 블랙록 등 해외 유명 자산운용사 직원이나 오펜하이머, 피터린치, 얀 하치우스 등 해외 유명 투자 전문가라고 주장하며 특정 해외주식 매수를 권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형 종목을 중심으로 추천해 왔다. "전문가 지도하에 고수익을 내게 해주겠다"며 채팅으로 유인한 투자자들에게 추천 종목과 매수와 매도를 지시했다. 소액의 수익을 보게 한 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을 권유했다. 거액이 몰려 주가가 오르면 팔고 떠났다.

일례로 지난 5월에는 나스닥시장에서는 싱가포르계 원격의료 기업인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MNDR) 주가 급락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4월 공모가 4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입성한 MNDR은 한 달도 안 돼 580% 수준인 23.27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5월 3일, MNDR은 85%가량 급락했다. 전날 22.07달러로 장을 마치곤 바로 다음 날 3.39달러까지 떨어졌다.

MNDR의 주가 급등락은 한국의 리딩방이 만들었다는 투자자들 주장이 나왔다. 이들에 따르면 외국인 석학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유인, 오픈 채팅방을 열었다. 이후 "100%가량 수익을 거둘 수 있다"며 추격 매수와 20달러 인근에서의 지정가 주문을 권했단 것이다.

실제로 폭락 전 약 3주간 한국인 투자자들은 6300만 달러 규모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순위로는 28위를 차지했다. 상장 당시 시가총액이 한화 기준 2000억 원도 채 되지 않았던, 증권사 리포트도 하나 없던 종목에 800억 원이 넘는 국내 투자자 돈이 몰린 것이다. 이 종목은 현재 공모가의 반도 안 되는 1.42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투자자들이 쓸어 담은 해외 주식이 단기간 폭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샹송인터내셔널홀딩(CHSN)은 87.8%, 메종솔루션스(MSS)는 83.6% 하락했다. 이들 종목에는 폭락 전후로 약 1억 1270만 달러의 국내 투자자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급등 시 15달러 수준이었던 이들 주가는 현재 2.03달러, 1.11달러에 거래 중이다.

수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던 '해외선물 리딩방'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미리 만들어 둔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 가입하도록 유도, 가짜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였다. 처음엔 수익을 보는 것처럼 꾸몄다가, 돈을 모두 잃게 했다. 이후 "투자금을 늘리면 수익을 볼 수 있다"며 절박한 피해자들의 주머니를 털어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일당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일 나스닥 상장으로 현혹하는 비상장 주식 투자에 주의하라는 소비자 경보를 냈다. 같은 달 16일에도 국내외 유명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는 오픈채팅방의 해외주식 매수 추천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투자자가 몰린 뒤 단기간 내 주가가 폭락한 해외 주식에 대한 실태 파악에 나섰다. 당초 금감원은 국내 상장증권이 아니면 시세조종을 했더라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법률 검토를 거쳐 해외 주식에서 부정 거래 행위로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현행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당국의 노력에도 피해 구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리딩방 사기는 한국 국적이 아닌 자가 해외에서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범죄수익 동결이나 환수도 원활하게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연루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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