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최재헌 기자 =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투자가에 최적화됐습니다. 법인 시장 확대를 위해 전 세계에서 검증된 은행 급 수준의 커스터디(가상자산 수탁) 기술을 제공하겠습니다."
피오나 머레이 리플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26일 뉴스1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 시장이 활발한 한국에서 그동안 '미지의 영역'이던 법인 시장까지 열리면 잠재력이 상당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원화 가상자산 거래량이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국도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처럼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리플은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설립된 이후 △스테이블코인(RLUSD) 발행 △커스터디 서비스 제공 △국제 송금·결제 인프라 구축 등의 사업을 전개해 왔다. 머레이 총괄은 2018년 리플에 합류해 지급결제 시스템 구축 및 장외거래(OTC) 감독 업무를 담당했다. 이전에는 오라클과 피서브 등 미국의 금융 관련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결제 혁신 사업을 이끌었다.
머레이 총괄은 기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커스터디 서비스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주요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가상자산 보유와 투자자금 토큰화 등에서 커스터디를 필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도 가상자산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커스터디 업체와 규제 대응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가상자산 관련 사업 전략을 세우기 전에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커스터디 기업과의 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리플이 최근 한국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비댁스'와 손잡은 배경이다. 리플은 한국 커스터디 시장의 성장과 기관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비댁스에 자체 개발한 '셀프 커스터디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셀프 커스터디 소프트웨어는 금융기관이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규칙과 거버넌스를 갖췄고,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하드웨어 보안 모듈도 포함하고 있다. 리플은 커스터디 기술과 거버넌스를 제공하고, 운영은 비댁스가 맡아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다.
리플은 이미 유럽의 HSBC와 BBVA, 싱가포르의 DBS 등 글로벌 금융사에 은행 급 수준의 커스터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머레이 총괄은 "리플은 전 세계 60여개 국에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다양한 전통 금융기관과 협력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리플 커스터디는 전 세계에서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한국의 다른 (커스터디) 솔루션 업체보다 더 많은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플은 비댁스와 XPRL 액셀러레이터, 자금 지원 프로그램, 대학과의 협업 등으로 사업 확장도 모색할 계획이다. 머레이 총괄은 "현재 협력 초기 단계로 기술 구축과 서비스 출시 준비 과정에 있다"며 "한국 커스터디 시장 진출이 성공하면 XRP와 RLUSD 채택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플은 지난해 XRP렛저(XRPL)를 이용하는 한국 개발자를 위해 펀드 자금을 조성했다. 또 같은 해 연세대학교와 '블록체인 학술 연구 이니셔티브 프로그램(UBRI)' 협약을 맺고 보조금도 지원했다. 머레이 총괄은 "XRPL 펀드 조성 등 한국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기업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chsn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