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인간이 생각하는 믿음, 신념은 무엇일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묵직하게 이어가는 영화 '계시록'이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그래비티'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영화는 개척 사명을 받고 작은 교회를 이끄는 목사 성민찬(류준열 분)은 자신의 교회를 찾아온 권양래(신민재 분)를 마주한다. 교회 입교를 권유하던 성민찬은 권양래의 발목에 전자발찌가 있는 것을 목격하고 당황한다. 이후 성민찬은 각별한 사이였던 담임 목사가 근처에 대형 교회를 세우는 것을 알고 내심 기대하며 찾아가지만 아들에게 물려줄 거라는 말에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의 어린 신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유력한 용의자로 권양래가 지목된다. 성민찬은 이를 범인을 단죄하라는 신의 계시라고 생각하고 그를 쫓기 시작한다. 권양래에게서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신현빈 분)도 실종 사건을 수사하다 성민찬의 수상한 정황을 목격하기 시작한다.



'계시록'은 원작 만화와는 캐릭터 설정을 달리했는데 극적인 면을 살리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세속적인 면이 있었던 성민찬은 독실하고 신실한 삶을 살아가는 개척교회 목사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권양래가 범죄자임을 알았음에도 주님의 뜻을 전하려고 하는 인물이다. 강인한 인물이었던 이연희는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늘 불안에 떨고 예민한 상태를 이어가는 인물로 바뀌었다.
영화는 교회를 주 배경으로 다루며 믿음과 신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성민찬은 권양래와 얽힐 때마다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고 믿기 시작,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며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생각하고 점차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다. 반면 동생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이연희는 복수만을 생각하며 달려왔지만, 트라우마와 맞서며 자신이 생각해 온 믿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한다.
어떠한 절대적인 믿음보다는 각자가 믿는 '믿음'이 얽히고설키는 지점이 포인트다. 목사와 형사, 전과자인 세 사람의 심리전을 그리기 위해 영화는 줄곧 잔잔한 긴장감을 이어가다, 영화 말미 세 사람이 마주할 때 비로소 터져 속도감이 아쉽다. 신실하던 성민찬이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외치며 급작스럽게 성격이 변화하는 지점의 감정선은 종교인이 아니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류준열은 맹목적인 신념 속에서 광기 어린 목사로 점차 변화해 가는 모습을 잘 소화해 냈고, 민낯의 신현빈은 극의 공포감을 살린다. 특히 비주얼부터 불쾌함을 주고 싶었다는 신민재의 모습은 영화의 스릴러 면모를 살리는 데 한몫했다. 연 감독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고,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 인물들의 파멸과 구원의 이야기"라며 "이전의 판타지와 달리 굉장히 사실적인 톤과 연기로, 내밀한 심리 스릴러 형태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