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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름이 나오면 그리워 눈물짓다가도, 함께한 추억을 떠올리면 다시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사람. 배우 신현준에게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난 선배 배우이자 '엄마' 고(故) 김수미는 그런 사람이다.
영화의 개봉쯤에 둘이 손잡고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열심히 홍보하자 했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맨발의 기봉이'(2006) 같은 영화를 다시 한번 만들어 보자며 의기투합한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이 유작이 될 줄은, 당사자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막상 홍보하려고 보니 포스터 밑에 의자가 제 거 하나더라고요. 엄마(고 김수미)가 항상 '개봉 전에 너랑 나랑 프로그램만 돌아도 홍보비 몇억 아끼는 거다'라고 얘기하셨던 게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묘했어요."
신현준에게 김수미는 '수미 엄마'다. 생전 김수미에게는 연기자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은 수많은 '아들들'이 있었다. 신현준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돈독한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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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가신 게 너무 많아요. 수미 엄마는 제가 프로그램을 하면 모니터를 하고 늘 전화를 해주세요. '현준아 너 이번에 좋더라'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를 하면서도 '연기 그렇게 캐릭터 잡고 하니까 좋다'고 얘기해주셨었죠. 그렇게 매주 연락을 주셨었는데 어느 순간 (고 김수미가 세상을 떠난 후) 토, 일요일 방송이 나가고 아무 연락이 없으니 너무 이상했어요."
자주 전화로 안부를 주고받는 관계였던 두 사람. 신현준은 김수미와의 추억을 풀어놓았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 조리원으로 김수미가 보내준 "우주선만 한 꽃바구니"라든가 함께 영화를 찍을 때 모든 스태프가 밥차 반찬은 제쳐두고 김수미 반찬을 사수하는 데 열 올렸던 일, 20대 젊은 스태프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던 김수미의 속 깊은 성정까지.
때때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 신현준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고 김수미에게 꽃 선물을 보낸 일화를 밝혔다. 평소 김수미에게 화려하고 색감이 다채로운 꽃들을 보냈었는데, 그날은 어쩐지 하얀 리시안서스가 눈에 띄게 예뻐 보였고, 그래서 그 꽃을 한 아름 선물했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가 전화가 와서 '현준아, 꽃이 너무 예쁘다' 하시는 거예요. 제가 엄마와 수없이 많이 전화했는데 처음 듣는 목소리였어요. 너무 힘들어 보이셔서 '엄마 괜찮아요?' 했더니 '그래 현준아 나 괜찮아, 곧 보자, 사랑해 아들, 사랑한다'라고 하셨던 게 마지막 통화였어요. 추석 때도 저희 아이들이 보고 싶다 하셔서 사진을 보내드렸었는데…그 '사랑해'라는 말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죠."
그렇게 고 김수미가 떠나고 신현준은 그와 함께 찍은 '귀신경찰'을 홀로 홍보하고 있다. '귀신경찰'은 돈벼락 한 번 못 맞고 때아닌 날벼락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추게 된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겪게되는 이야기를 담은 패밀리 코미디다. 이 영화에서 신현준은 하찮은 경찰, 김수미는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그 경찰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귀신경찰'은 '맨발의 기봉이'가 그러했듯, 애초부터 김수미의 출연을 염두에 둔 채 신현준이 기획하고 제작한 가족 코미디 영화다. 생전 김수미는 '맨발의 기봉이' 같은 가슴 따뜻한 가족 영화를 또 한 번 찍고 싶다고한 번 찍고 싶다고 했고, 김수미의 그런 마음을 아는 신현준이 영화를 준비했다. 기획의 과정뿐 아니라 촬영과 편집의 과정에서도 김수미와 긴밀히 대화를 나누며 애초 두 사람이 추구했던 '가족 영화'에 도달하기 위해 애쓴 작품이다. 그뿐 아니라 영화의 에필로그는 김수미가 장식하는데, 이는 김수미를 중심으로 한 2편을 준비, '귀신경찰'을 '시리즈물'로 이어가고자 깔아놓은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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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완성본을 못 보셨어요. 아마 보신다면 되게 좋아해 주실 것 같아요. 엄마가 농담으로 시리즈가 투자가 안 되면 엄마가 김치라도 팔아서 투자하겠다고 하실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셨던 기억이 나요. 개그 코드도 단순하지만 얼마나 재미가 있느냐고 (촬영하면서)하셨었죠. 영화 마지막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2편의 시작은 어머니에게 초능력이 생기는 거였는데 이제는 어머니가 안 계시잖아요. 마지막 부분을 빼야 하나 말아야 하나 끝까지 감독과 대화를 많이 나눴었어요."
신현준에게 '귀신경찰'은 오랫동안 김수미를 기억하는 작품이 될 예정이다. 그는 고 김수미의 가족들도 영화를 봤지만 서로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고 했다.
"제 진심은 제가 이 영화와 관련이 돼 있고, 엄마가 출연했는지를 떠나서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같은 영화를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엄마에겐 범접할 수 없는 엄마만의 캐릭터가 있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많은 분이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사랑하시는 걸 새삼 다시 느껴요. (아마도 하늘에서) 행복하시겠구나 싶어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