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2002년 당시 축구협회와 불화…추천 선수 명단 내밀더라"

(SBS '과몰입 인생사' 갈무리)
(SBS '과몰입 인생사' 갈무리)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78)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당시 대한축구협회(KFA)와 갈등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25일 방송된 SBS '과몰입 인생사'에는 히딩크 전 감독의 인생사가 그려졌다. 인생 텔러로는 이영표가 출연했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과 관련해 작심 발언을 했던 이영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고 지금 현재 2002년 월드컵 이후로 지금 하는 세대가 황금 세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좋은 선수로 구성돼 있다. 이런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감독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감독의 역할이 어느 정도로 중요하냐"는 질문에 "제가 보기에는 선수 반 감독 반이다. 경기장 벤치에 감독이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서 경기 결과가 달라진다. 저는 그 정도로 감독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전하며 자신이 경험한 최고의 감독으로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을 꼽았다.

그는 "사실 히딩크 감독은 거절하기 위해서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조건들을 내걸었다. '원할 때 언제든 소집 훈련이 가능할 것' 이런 제안은 소속 클럽이 협조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소 100억 원을 준비할 것' 팀을 만들기 위해서 평가전을 하기 위해 세계적인 강팀과 경기해야 하는데 경기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다. 강팀과 강팀이 경기할 때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서로 좋은 훈련 파트너니. 약팀과는 경기할 이유가 없다. 그럴 때 대전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일주일의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뒤 히딩크 감독을 다시 찾아갔다. 히딩크 감독은 "놀랍게도 열흘 뒤쯤에 돌아왔다. 저는 거기서 매력을 느꼈다. 왜냐하면 일주일 만에 이렇게 해내는 것을 보고 야망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들의 야망을 저에게 보여줬다. 감독직을 수락할 만큼 큰 매력을 느꼈고 확 끌렸다"라며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첫 훈련 후 느꼈던 한국 축구의 특징으로 "과한 존중, 다시 말해 위계질서가 있었다. 후배가 어떻게 해야 할지 선배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었다. 후배더라도 기회가 생기면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선배가 어디 있지?' 하면서 머뭇거리면 안 된다. 저는 그런 분위기를 깨야만 했다. 매우 비효율적이던 분위기를"이라고 말했다.

당시 히딩크 감독은 경기장 안에서 서로 반말을 쓰게 했다. 이영표는 "그때 당시에는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웠다. 아무리 감독님이 하라고 해도 대선배 이름을 반말로 부르기에는 정말 어렵고 어색했다"라고 떠올렸다.

히딩크 감독은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을 타파했다. 이영표는 "히딩크 감독님은 편견 없는 선수 선발을 진행했다. 그때 당시 주장이었던 홍명보 선수의 이름이 대표팀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홍 선수는 당시 이미 월드컵 3번이나 출전했다. 사실상 정신적 지주나 마찬가지였다. 충격적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다 무시하고 공개 오디션을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새로운 선수들이 다 보였다. 대표적인 선수가 박지성이었다"라고 말했다.

선수 선발이 예상과 달라지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쏟아졌다. 평가전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협회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추천 선수 명단을 제시하기도 했다.

(SBS '과몰입 인생사' 갈무리)
(SBS '과몰입 인생사' 갈무리)

히딩크 감독은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 우리는 서로 간의 불화도 있었다. 기술위원회(축구협회)가 저에게 말하길 '이 사람 어때? 저 사람, 저 사람은?' 이런 식이었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명단이 있다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고 곧 협회와 상의 없이 자신만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후 히딩크 감독의 권위가 의심받기 시작하는 일이 발생했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5대 0으로 패배하고, 체코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5대 0으로 참패했던 것.

패배가 반복되자 히딩크 감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완전히 바뀌었다. 해임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예 선수를 선발해서 집중 훈련을 해야 하는데도 최종 엔트리를 하지 않고 60여 명의 선수를 테스트했다. 실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디데이가 임박할 때까지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덕분에 선수들은 기회가 계속 열려 있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고 모두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이영표는 "팀이 만들어져서 운영되면 주전과 비주전이 나누어진다. 주전은 나는 주전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지고 비주전 선수는 소외되기 시작한다. 팀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가 되면 팀이 망가진다"고 했다.

이어 "그때 주전 선수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되고 비주전 선수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희망의 동기부여를 갖게 만드는 것이 감독의 리더십이다. 이걸 얼마나 길게 끌고 갈 수 있느냐가 명장과 평범한 감독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한국 축구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 본선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2대 0으로 이겼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48년 만에 첫 승리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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