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설 명절 휘발유 가격이 1800원을 넘기는 등 장기간 이어진 고환율 영향이 가시화하고 있다. 경기침체 국면 속에서도 치솟는 환율, 유가에 물가가 꿈틀거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한층 커졌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28일 기준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1807.96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1년 2개월 만에 1800원을 넘은 이후 8일간 이를 웃도는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고유가 현상은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고환율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 자체가 오른 데다, 고환율 영향으로 이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또다시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기름값은 수입물가와 생산자 물가를 높이면서 소비자물가 전반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고유가 영향은 이미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로, 석유류 물가(1.0%)가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11월(1.5%)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400원대 중반에 고착한 환율도 골칫거리다. 고환율은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은 물론 식품 등 수입 물품 가격을 높여 체감 물가 수준을 끌어올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51(2020=100)로 11월(119.10)보다 0.3%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지수는 142.14로 전월 대비 2.4% 상승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고환율·고유가 영향이 올 1월부터 더 명확히 나타나는 만큼 통계청이 조만간 발표할 1월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2%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유가가 높고 환율이 높은데, 우리 식품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커피 원두와 카카오 가격마저 줄줄이 오른 상황"이라며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넘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측했던 1.9%보다 0.15%p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고환율·유가 탓에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교수는 "그나마 내수 침체로 수요가 줄어드는 부분이 물가 상승 압력에 제동을 걸고 있지만 고환율·유가 탓에 올해도 전반적인 물가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경기침체 중에 물가·금리·환율의 삼중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민생 고통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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