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교체 네탓' 한전 자회사 간 1200억대 소송전…"원전 수출 악영향"

원안위 '앵커볼트 교체' 시정명령에 가동·건설 원전 16기 영향
한수원-한전기술 대립, 중재 불발 시 법률분쟁 장기화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올해 1월 UAE 아부다비 알다프라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열린 3호기 가동 기념식에 참석해 손뼉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올해 1월 UAE 아부다비 알다프라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열린 3호기 가동 기념식에 참석해 손뼉 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이 1225억원 규모의 소송전에 돌입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부적합한 원전 부품 사용이 지적된 데 따른 후속 조치의 영향인데,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간 책임공방이 자칫 정부의 '원전수출 원팀' 기조와 엇박자를 낸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한수원과 한전기술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9월25일 잘못된 원전 설계로 손해를 봤다며 한전기술에 1225억4500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제기된 소송에 따라 양사는 각각 대형 로펌을 선임해 대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의 손해배상 청구는 올 초 원안위가 해수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회전여과망 설비(앵커볼트)가 기술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으로 시공된 사실을 적발해 시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 비용을 배상하라는 취지다.

현재 설치돼 있는 부착식 앵커볼트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법령상 요구하는 미국 인증이 아닌 유럽 시험기준으로 인증된 제품이다. 원안위 지적에 따라 교체해야 하는 앵커볼트는 가동원전 13기(한빛 5·6호기, 한울 3·4·5·6호기, 신고리 1·2호기, 새울 1·2호기, 신한울 1호기)와 건설원전 3기(신한울2호기,새울 3·4호기) 등 총 16기에 달한다.

가동원전은 1주기 운전 후 정비기간 중 앵커볼트를 교체하고, 건설원전은 기준에 부합하는 부품으로 교체 적용한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예정됐던 신한울 2호기 가동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지기도 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유럽식 시험기준을 충족하는 앵커볼트를 사용하더라도 문제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안전성에 최우선을 두는 원안위는 규격부품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업계에서도 이를 수용하는 입장이다.

문제는 부품 교체에 따른 비용이다. 한수원은 설계대로 부착식 앵커볼트를 사용한 만큼 한전기술 측에 책임소재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품 교체에 소요되는 비용만 수백억원에 달한다. 또한 가동중단으로 전력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고 재가동 시 건전성평가 비용 등으로 인한 손해도 막심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한전기술은 설계상 일부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모든 책임소재를 떠안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울 3·4호기의 경우 1996년 시공돼 30여 년 가까이 가동해 왔는데 현시점에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법률상 소멸시효 측면에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업계에서는 한국전력공사 자회사 간 책임소재 공방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데 대한 우려의 시각도 상당하다. 현 정부 기조 덕분에 고사 위기였던 원전 생태계가 겨우 복원되는 기미를 보이는 시점에 양사 간 분쟁이 원전 수출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재 결정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재에 불복해 정식 소송전에 돌입하면 분쟁 해결 시점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 분쟁이 장기화해 이슈화되면 우리나라 원전 업계의 안전성 및 기술력에 대한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이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책임소재를 규명해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수백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한수원 입장에서도 소송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면서도 "수십년간 이를 인지하지 못한 만큼 양쪽 모두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소송까지 이어져 (원전업계 전반에)부정적 시각이 덧씌워질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국회 산중위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직접 원전 세일즈에 나서며 '수출 원팀'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칫 우리의 원전기술력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나 선입견이 형성되지는 않을지 거중조정도 필요해 보인다"며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한전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한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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