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한국 경상수지…희미한 호재 속 고유가 복병

한은 "9월 경상흑자 확대"…수출 증가·관광객 유입 기대
연간 270억달러 흑자 청신호에도…꿈틀대는 유가 걸림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 10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지난 10일 서울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경유를 주유하고 있다.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 경제의 가계부가 심상찮다. 올 들어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아래로 반토막이 났다.

게다가 앞으로 경상수지를 둘러싼 여건을 보면 마냥 낙관할 수 없다. 당국은 수출 증가 조짐과 외국인 관광객 유입세에 기대를 건 채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리라고 예상했지만 국제유가가 당초 전제치를 뚫고 오르는 데다 대외 불확실성도 증대돼서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5월 이후 4개월 연속 흑자 흐름이다.

1~8월 누적 경상수지는 109억80000만달러로 계산됐다.

올 들어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236.6억달러)에 비해 54% 급감한 것이다.

경상수지는 한 국가가 상품·서비스 등의 대외 거래를 통해 올린 수익을 뜻한다. 쉽게는 국가 경제의 가계부라고 볼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외로 나가는 돈보다 국내로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아 국가 경제가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이 된다.

즉, 경상수지 흑자가 어느 기간 대비 축소된다는 것은 비교적 외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 제공)
(한은 제공)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작년의 반절 이하로 줄어든 것은 기본적으로 수출 부진 탓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근간인 반도체 수출이 단기간에 추락한 여파가 경상수지로 나타났다.

예컨대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액(통관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2% 급감했으며 특히 중국(-30.8%), 미국(-45.8%) 등 주요 수출국에서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1~8월 상품수지는 60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67.3억달러)보다 64.0% 감소하면서 거의 3분의 1토막이 났다.

서비스수지도 전체 지표를 끌어내렸다.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19 규제 해제 이후 너도나도 해외여행에 나서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심화됐고 해운 운임 하락으로 운송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결과였다.

그나마 지난 1월 시행된 법인세 완화 조치로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에 쌓아둔 유보금을 배당 형태로 들여오며 이 같은 상품·서비스수지 충격은 완화됐다. 올해 1~8월 배당 등 본원소득수지는 1년 전(110.6억달러)보다 115.9% 치솟은 23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왼쪽부터),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8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뉴스1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왼쪽부터),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문혜정 국제수지팀장, 안용비 국제수지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8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뉴스1

이처럼 올해 한국의 상품·서비스 거래 장부는 작년에 비해 볼품없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은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아지리라고 봤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9월 경상수지는 8월보다 흑자 규모가 커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한다"며 "주로 상품과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흑자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상품수지의 경우 9월 통관 기준 수출입 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왔다는 것이 이 같은 판단의 근거다. 이 부장은 "9월 통관 수치가 너무 잘 나왔다"고 표현했다.

본래 경상수지 계산에서 상품 수출입은 국제수지 매뉴얼 (BPM6)의 소유권 변동 원칙에 따라 국내외에서 이뤄진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 모든 수출입 거래를 계상하므로 국내에서 통관 신고된 물품을 대상으로 하는 통관 기준 수출입과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출입 지표가 개선되면 상품수지는 함께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될 것이라고 본 근거는 한은의 자체 모니터링 결과다. 이 부장은 "모니터링 결과 9월 내국인 출국자 수는 8월과 같거나 낮은 수준인 반면 외국인 관광객은 중국도 있지만 일본, 동남아 등지에서 8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한은은 본원소득수지의 경우 8월과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합하면 전체 경상수지는 9월 흑자 규모가 8월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그러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유가 상승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74.7달러에서 8월 86.6달러까지 올랐고, 9월에는 90달러 넘게 치솟았다.

당초 한은은 하반기 평균 유가가 배럴당 84달러일 것으로 전제한 채 한국의 경상흑자가 하반기 245억달러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지난 8월 전망한 바 있다. 한은의 전제치를 넘어선 유가 상승은 수입액을 늘려 상품수지를 축소시키고 이것이 전체 경상흑자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여기에 이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무력 충돌로 치닫는 사태가 발발해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됐다.

한은은 유가 상승에 따른 악영향과 국제적 불확실성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앞으로의 경상수지 흐름에 대한 낙관적 시각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고 7~8월 원유 가격이 상승된 부분이 9월에 반영되고 있는 것도 맞다"면서 "하지만 수출이 4분기(10~12월)에 증가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우리나라 주요 반도체 업체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 장비 공급이 허용되는 등 반도체 관련 호재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둘을 합하면 수입도 수출도 같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경상수지 흐름은 전망 경로에서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산술적으론 앞으로 매월 평균 40억달러 정도 흑자가 난다면 연간 전망치(270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지만 9월의 흑자가 8월보다 커지면 이 숫자는 30억달러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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