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GDP의 40% IPEF 완성 단계…공급망 위기대응 협의체 15일 내 가동

IPEF 출범 1년 반 만에 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협정 타결
대(對)중 관계는 위험 요인…"신통상규범 정립 기회로 타개"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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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 1년 만에 3개 필라(공급망, 청정경제, 공정경제) 협상을 타결했다. 내년까지는 나머지 1개 필라(무역)에 대한 협상도 완료할 예정인 가운데 신(新) 경제안보동맹 성격의 IPEF 참여로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14일(현지시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태국, 인도 등 14개 IPEF 참여국들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장관회의에 참석해 1년 반에 걸쳐 논의를 이어온 협정 성과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미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IPEF는 무역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 에너지·기후변화 대응, 높은 노동·환경 기준의 무역체제, 공급망 안보 구축, 친환경에너지 공동 투자, 공정한 자유무역환경 조성 등을 망라하는 보다 포괄적인 경제 협력체제다. GDP와 인구 기준 규모면으로 봤을 때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보다 큰 경제블록으로 우리나라 세계 교역의 40%를 차지한다.

'가치 동맹' 성격의 클럽형 협의체인 IPEF에는 한국, 미국, 호주, 일본, 필리핀, 태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 피지 등 인도‧태평양에 위치한 14개국이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지난 5월 타결한 필라(Pillar)2 '공급망' 협정에 서명하고, 필라3 '청정경제' 협정과 필라4 '공정경제' 협정을 타결했다. 필라1 '무역' 협정의 경우 협상 진전을 확인하고, 내년에도 협상을 지속해 가기로 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공급망 협정(필라2)으로 향후 공급망 교란 발생 시 신속한 위기 대응이 가능해지고 호주,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과 미국, 일본 등 기술 선진국 간 협력으로 역내 공급망의 회복력·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협정의 본격 발효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기존에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공급 차질이 생기는 위기가 발생하였을 때 대체 공급선 확보를 위해 여러 나라의 담당자를 파악하고 접촉하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공급망 협정이 발효되면 공급망 위기 발생국 요청 후 15일 내에 IPEF의 위기대응 네트워크가 가동된다"며 "다양한 공급망 강점을 가진 14개국에 대체 공급처 관련 정보 등을 요청하고 필요 시 품목의 원활한 이동을 위한 협조도 받을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인 위기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청정경제 협정(필라3)은 에너지 전환, 산업 및 운송 분야에서의 배출가스 감축, 탄소시장 등 청정경제로의 전환에 있어서 참여국들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전망이다. 특히 원자력과 수소, 청정에너지 등 모든 청정에너지원을 포함한 에너지 생산과정에서부터 탄소 저감기술, 탄소 거래시장까지 에너지 전 단계에서 기술·규범·표준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부는 청정에너지 협정 타결에 대해 "비즈니스 활동이 국경을 넘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해 사업 규모를 확대하는 것에서 나아가 청정에너지 산업의 시장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청정경제 기술 관련 연구개발, 정책교류, 시범사업 추진, 인증 관련 협력 등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시장, 청정전기, 수소, 바이오 항공유, 에너지 저장, 메탄 감축 등 13개 협력 프로그램이 추진될 예정이며 향후에도 새로운 협력 프로그램도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경제 협정(필라4)에서 합의한 내용은 부패 신고자에 대한 보호 강화, 부패 공무원 징계 절차와 정부 조달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 정비 등이다. 여기에 조세 당국 간 활발한 조세 정보교환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의 조세 이니셔티브 활용을 통해 조세 행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인태 지역의 공직자 청렴도와 사회 전 분야의 투명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는 우리 기업의 해외 신규 진출시 장벽을 낮추고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사업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 무역 협정(필라1)은 이번 장관회의 중 최종 합의안 마련에는 실패했다. 미국 민주당 일각에서 근로자 보호 조항 등을 문제삼은 점이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11.14/뉴스1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메리어트 마르퀴스호텔에서 열린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3.11.14/뉴스1

참여국들은 내년 필라1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이번에 서명된 공급망 협정과 타결이 이뤄진 청정경제 협정과 공정경제 협정의 구체적 협력 체계를 우선 확립하는데 뜻을 모았다. 향후 IPEF 전체를 총괄하는 'IPEF 장관급 협의체'를 구성·운영하며 타결된 3개 협정과 무역 협정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무역 협정은 차후로 밀렸지만, 1년 반 만에 3개 필라 협정을 타결하면서 수출 경제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전 세계 GDP의 40%, 상품·서비스 교역의 28%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을 구축했다는데 의의를 부여했다.

다만 중국과의 관계는 '불안' 요인이다.

미·중 갈등 속 미 주도로 구성된 IPEF는 중국을 둘러싼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경제 협력체제라는 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견제 동맹' 성격으로 규정하는 시각도 짙다. 대(對)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IPEF의 주요 내용과 우리의 역할'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IPEF 참여를 미·중 갈등의 단일한 측면으로 해석하기보다 새롭게 부각되는 통상 현안들에 대해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지역 내 규범 수립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연구원은 "IPEF는 미·중 대결 구도를 넘어 최근 새로이 부각되고 있는 신통상 현안들, 특히 디지털 경제 및 탈탄소화, 공급망 재편 등 이슈들에 대해 기존 무역 체제와는 다른 틀의 새로운 규범을 정립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IPEF는 대서양 지역의 미국-유럽연합 무역기술이사회(TTC)와 유사한 형태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통상 현안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클럽형 협의체의 성격을 갖는다.

CPTPP나 RCEP와 같은 전통의 다자 간 무역협정과 달리 IPEF는 넓은 범위의 신(新)통상 의제들에 대해 무역 장벽 철폐 이외의 다양한 방안들을 폭넓게 논의한다는 점, 개별 후보국들의 상황에 따라 선별적으로 일부 필라에만 참여 가능하다는 점에 있어 차별화된다.

이 때문에 연구원은 IPEF 참여에 따른 우리의 역할로 여러 통상 현안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입지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PEF 참여에 있어 전략적 차원에서 '득과 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는데 IPEF의 일부 필라들 중 청정에너지 개발 및 인프라 격차 해소를 위한 투자 참여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일부 아젠다는 중국과의 협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PEF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역내 공급망 재편과정에서도 우리나라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산업의 생산기지 이전, 중간재 수급처 선택 등의 문제에 있어 중국 의존도를 기존보다 낮추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생산비용 상승 및 추가적 거래비용 발생 등에 대한 대응방안은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IPEF가 지역 내 선진국들의 사교클럽이 되는 것을 우려하는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입지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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