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맥판막협착증, 약물치료 가능성…스퍼미딘이 진행 억제"

이사민 서울아산병원 교수팀 연구 결과

이사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사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항노화 물질 중 하나로 주목받는 '스퍼미딘'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동맥판막협착장은 가능한 약물 치료법이 없어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타비시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는데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처음 제시된 것이다.

20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사민 심장내과 교수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돼 있으며 스퍼미딘을 복용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되면서 대동맥판막의 석회화가 억제되는 현상을 최초로 밝혀냈다.

미토콘드리아는 심장과 뇌처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다량 포함돼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되면 노화,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스퍼미딘은 낫토, 치즈, 현미, 버섯, 브로콜리, 견과류, 대두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장 판막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역할과 스퍼미딘의 효과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 없다.

이 교수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정상 판막 조직에 비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돼 있음을 확인했다. 또 미토트래커 염색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정량분석한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약 17%로 정상 대조군(41%) 대비 크게 저하돼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주목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스퍼미딘을 활용해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가능성을 연구했다.

연구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세포에 스퍼미딘을 투여한 결과, 석회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으며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지표들이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노화 마우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스퍼미딘이 포함된 물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심장 판막 조직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호전됐으며 자가포식 관련 단백질 발현이 증가했다. 또 판막 두께가 정상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섬유화 및 석회화 진행이 50% 이상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스퍼미딘이 노화로 인한 DNA 메틸화를 감소시키고, 세포 대사와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판막 석회화를 줄이는 기전을 통해 효과를 발휘함을 프로테옴(조직 내 단백질의 전체 집합) 분석 및 추가적인 실험적 검증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 약물 치료법이 없었던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스퍼미딘과 같은 항노화 물질이 치료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혈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심장학회지 기초 및 중개의학(JACC:Basic to Translation Science)’에 최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및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한국연구재단 보호연구지원사업과 중견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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