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백지화' 빼고 후퇴한 정부…"필수과 기피 심화·의료 질 저하" 우려↑

행정처분 철회 호평 속 "빅5 쏠림, 진료과별 복귀 편차 우려"
사직 전공의 "돌아간다고 실익 없어…수련 포기, 일반의 비중 늘 것"

2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26일 서울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2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서도 처벌하지 않기로 하는 등 '의대증원 백지화(원점 재검토)'를 제외하고 그간 고수해온 원칙에서 크게 후퇴한 전공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에 긍정적"이라는 호평도 있지만 "의대증원 같은 근본적 문제는 두고, 주변부만 건드린다"는 성토는 의료계에서 여전하다.

보건복지부는 전날(8일) 복귀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철회'와 9월 전공의 모집에도 응시할 수 있게끔 '수련 특례'를 골자로 하는 '전공의 대책'을 발표했다. 각 수련병원에는 오는 15일까지 전공의를 복귀시키든 사직서를 처리하든 양자간 매듭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그간의 엄정 기조를 뒤집는 데다 형평성 논란을 무릅쓰고 복귀율과 9월 전공의 충원율에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다. 다만 빅5 병원 전공의 충원율, 필수의료 전공의 충원율은 물론 전공의 개개인 선택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의대 교수 A씨는 "정부가 의료계 요구(미복귀 처벌면제)를 일부 수용했다. 복귀하고 싶으면 복귀하고 그만두고 싶으면 그만둘 수 있도록 '마음의 짐'도 덜어줬다"면서 "이래도 안 돌아오면 어쩔 수 없고 수련환경은 꾸준히 개선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A 교수는 "9월에는 전공의가 어느 정도 복귀해야 한다는 정부의 조바심이 반영됐다고 본다. 이탈 전공의들이 내년 3월에라도 복귀하려면 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면서도 "(의료계가) 증원 백지화 주장은 할 수 있지만 마냥 기대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7가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8가지, 대한의사협회 등은 3가지 요구를 정부에 제시한 바 있다. 이 중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또는 재논의를 제외한 대다수 요구는 정부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를 선결 조건으로 꼽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전공의, 의대생, 의협 요구의 공통 사항이자 1번 사항"이라며 "그 의미를 정부와 국민 모두 다 알 걸로 생각한다. 대화와 복귀 역시 전공의, 의대생이 결정할 일"이라고 언급했다.

5개월째 계속되는 이번 사태와 대책을 계기로 지방병원 전공의가 빅5 병원으로 채워지고 필수의료 기피 현상 심화, 전공의 수련 및 국내 의료의 질 저하도 염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참석자들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의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휴진 결의 집회에서 참석자들 곽재건 서울대병원 소아흉부외과 교수의 환자들에게 드리는 편지글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4.6.1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공의들의 생각이 가장 중요할 텐데 한두 개 정책만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아주 작다. 장기적으로 바이탈과 지원은 급감하고 수련 기간 단축에 따른 수련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 의료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의대증원에 대해 양쪽 의견은 너무나 팽팽하다. 한쪽의 양보인데, 이 역시 양쪽에 타격이 될 거라 당분간 사태가 해결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이번 대책도 답은 아니다. 빨리 나왔으면 대화의 고리라도 되겠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고 우려했다.

사직 전공의 B씨는 "각자도생 한 지 오래고 전공의들끼리 교감하면서 버티지 않는다. 정책에 달라진 게 없고, 돌아간다고 얻을 실익도 없다. 돌아갈 분위기가 생길 수 없다"며 "많은 젊은 의사들이 수련을 포기해 유럽처럼 일반의 비중이 상당히 늘 것"이라고 꼬집었다.

병원들도 전공의 복귀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고 보고 우선 15일 전후 사직 처리라도 확인하겠다는 반응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행정처분 철회와 수련특례 적용으로 사직 수리 시점은 언제여도 큰 의미 없을 걸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 여러 부속병원을 둔 의료원장 C씨는 "날짜를 정해 사직서 수리를 해야 할 텐데 아직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없다. 2월이든, 6월이든 특례로 9월에 재응시할 수 있으니 사직 처리 시점은 무의미하다"며 "복귀할 사람은 복귀해야 할 텐데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C씨는 "이번 대책에 기대하는 바가 크지 않다. 병원 입장에서도 뾰족한 수가 없다. 전공의가 들어와야 하는데, 이들의 요구 1번은 '원점 재논의'라 상황이 바뀔지 모르겠다"며 "15일까지 각 병원이 몇몇 전공의 사직을 수리해 줄 뿐이다. 우선 상황은 지켜보자"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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