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장기 곳곳에 종양이?"…시한폭탄 같은 '이 질환' 정체

단백질 유전적 변이로 발생…유전질환 '폰히펠-린다우 증후군'
"평균 26세 첫 증상…희귀질환이라 환자 우울감, 고립감 심각"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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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질환 자체가 희귀하고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 환자는 질환을 가지고 있음에도 모르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언제 어디서 종양이 발생할지 몰라, 마치 '시한폭탄' 같은 질환이 있어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6000개가 넘는 희귀질환의 72%는 유전질환이다. 독일 안과의사 '오이겐 폰 히펠(Eugen von Hippel)'과 스웨덴 병리학자 '아르비드 린다우(Arvid Lindau)'의 성을 딴 '폰히펠-린다우 증후군'(von Hippel-Lindau, VHL)도 유전질환이다. 이들이 이 질환을 차음 발견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 단체(VHL Alliance)'는 매년 5월을 '폰히펠-린다우 증후군 인식의 달'로 정해 질환 인식 증진과 환자 치료 접근성 향상을 돕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는 기부 프로그램과 연계된 걷기 행사로 환자들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은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 중 하나인 'VHL 단백질'의 유전적 변이로 발생한다. 환자 중 80%는 부모 중 한 명이 이 질환을 앓고 있다. 따라서 폰히펠-린다우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경우 환자의 부모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한다.

인구 3만 6000명당 1명에게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미국에 약 1만 명, 국내에 200여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통, 시력 저하, 근력저하, 고혈압, 안면홍조 등 증상이 나타나며 평균적으로 26세에 첫 증상이 발현된다. 환자의 97%는 65세까지 여러 증상을 경험한다.

중추신경계, 망막, 신장, 췌장, 부신, 생식기관 등에서 최대 10개의 악성 또는 양성 종양이 발병한다. 양성 종양은 크기가 커지며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신장, 췌장 등에 발생하는 종양은 각각 신장암, 췌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환자의 25~45%에서 신장암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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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환자들은 종양절제술을 포함한 많은 수술을 받으며 살아간다. 이에 따라 환자의 평균 기대 수명은 남성 62세, 여성 69세로 보험개발원이 올해 1월 발표한 성별 평균 수명(남성 86.3세, 여성 90.7세)보다 20년 이상 짧다.

박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유전성이 강한 질환이지만 여러 개의 종양이 생기고 난 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여러 장기에 걸쳐 종양이 발생한다면 수술로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 또 개인별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정확히 예측하는 게 불가능해 선별 검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는 방법뿐이라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이 크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치료법은 수술뿐이었지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기전을 활용한 혁신 치료제(성분명 벨주티판)가 지난해 5월 국내 도입돼 기대를 모은다. 질환의 원인이기도 한 VHL 단백질 손상으로 체내에 쌓이는 '저산소증유도인자-2알파(HIF-2α)'를 표적해 종양 생성을 억제한다.

이 약은 즉각 수술이 필요하지는 않은 신세포암, 뇌나 척수에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혈관모세포종,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을 가진 폰히펠-린다우 증후군 성인 환자에 쓰인다. 수술만이 답이었던 환자들에게 새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폰히펠-린다우 증후군에 따른 신장암 환자 61명이 참여한 임상연구 결과, 이 약을 투약한 환자 2명 중 1명이 치료에 반응했다. 치료에 반응한 환자는 모두 치료 전과 비교해 종양 크기가 30% 이상 감소했다.

박 교수는 "희귀질환은 치료받기 어렵고 사회적 인식이 부족해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설명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다. 환자의 우울감과 고립감이 심하다"며 "최초의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비용이 고가라 환자의 부담이 크다. 관심이 높아져 치료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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