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수입 의약품에 고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생산기지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 대신 영향을 최소화하며 버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모르는 만큼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연이어 관세 대응 및 영향 최소화 전략을 발표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관세를 25%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예상보다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플로리다 마러라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와 의약품은 25%나 그 이상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전하도록 압박했다.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로 의약품을 수출해 온 국내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소식이다. 트럼프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수혜를 기대했던 업계로선 반대가 될 수 있는 소식에 되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을 만나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가한 압박은 사실상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업계는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이동하는 방안보다 버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생산기지를 완공하고 이에 따른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정유경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트럼프가 자국 내 생산을 압박하고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생산거점 확보부터 해당 설비의 FDA 생산허가(sBLA)까지 최소 2년 정도 소요된다. 미국 현지설비 건립 시 생산승인까지 최소 4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생산거점 이전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케미컬 의약품의 경우 소요 시일이 다소 줄어드나 트럼프 임기 내 실효성은 여전히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지난해만 300조 원이 넘는 의약품을 수입한 미국 수입 규모에서 겨우 5조 원만 차지하고 있어서 최우선 타깃이 아닌 데다, 약품 가격 상승, 공급 부족 등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바이오기업마다 대응 상황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SK바이오팜(326030)은 지난 21일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생산기술 이전과 현지 재고물량 확보 등 대응 전략을 이미 마련했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은 생산시설 추가·이전을 미리 준비해 세노바메이트 생산 기술 이전과 공정 검증 등을 완료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FDA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태다. FDA 승인을 받은 미국 내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설이 필요할 경우 즉시 생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 약 6개월분의 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어 관세 변화의 대응 기간에 해당 물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셀트리온(068270)은 19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주주님께 드리는 글'을 공개하며 대응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셀트리온은 "당사는 이미 관세 부과 시 완제의약품보다 세 부담이 훨씬 낮은 원료의약품(DS) 수출에 집중하고 있다"며 "충분한 제조 역량을 갖춘 현지 CMO 업체들과 제품 생산 협력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역시 올해 미국에서 판매 예정인 회사 제품에 대해 1월 말 기준 약 9개월분의 재고 이전을 이미 완료해 관세 영향 최소화 여건을 마련한 상태다.
셀트리온은 "추이에 따라 현지 완제의약품 생산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으로 상황 변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