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도 늙는다…뇌졸중·심부전 유발하는 공포의 '심방세동'

[인터뷰]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문제는 "노화와 술"…호전 빠른 냉각풍선절제술 부상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9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29일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1.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더불어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가 많아지면 신체에 하나둘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특히 심장은 더 그렇다.

심장은 보통 자동차 엔진으로 비교하곤 한다. 엔진도 많이 쓰면 쓸수록 기능이 떨어지고, 공회전하면 엔진이 망가지는 것처럼 인간의 심장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에 빠르게 늘고 있는 심장 관련 질환이 있다. 바로 '심방세동'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는 2012년 11만5315명에서 2022년 25만9052명으로 10년간 약 2.2배 폭증했다. 문제는 심방세동이 뇌졸중과 심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5배 높고, 뇌졸중 발생률은 매년 5%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심장을 망가뜨려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심방세동. 이 질환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예방법은 없는지 김동혁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물었다.

-심방세동은 정확히 어떤 질환인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거나, 빠르게 뛰거나, 천천히 뛰는 상태를 부정맥(不整脈)이라고 한다. 즉 고르지 않은 맥을 말하는 거다. 세동(細動)은 가늘게 떤다는 뜻인데 심장에 위치한 심방이 불규칙하게 가늘게 떠는 것을 심방세동이라고 한다. 보통 심장의 심방이라는 곳이 300~600회의 매우 빠른 파형을 형성해 불규칙하게 심실로 전달되고, 실제로 피를 짜내는 심실에서 불규칙한 맥박을 일으킨다.

-어떤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나.

▶나이가 들면 고혈압, 당뇨가 생기는 것처럼 심장이 노화된다. 그래서 보통 50~60대에 많이 발병한다. 노령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보니 2060년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6%가 심방세동을 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환자의 3분의1이 80세 이상 고령 환자다. 75~84세 환자도 약 12%를 차지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술이나 비만 요인 때문에 40대 남성들도 발병해 오는 경우가 많다.

-심방세동은 심장에 발생하는 질환인데 뇌졸중도 유발하는 이유는.

▶심방세동 환자는 중간에 한번씩 심장이 빠르게 떨린다. 그러면 피가 굳어 혈전이 생기는데 이게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을 타고 머리 혈관으로 올라가고 막히게 되면 뇌경색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은 그냥 머리 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왔다, 중풍이 왔다 생각하시는데 젊은 사람들은 아무 이유 없이 뇌경색이 오면 이해하기 힘들지 않나. 검사해도 아무 것도 안 나오고 그냥 뇌경색만 딱 터지니까. 그런 경우에 심방세동인 경우가 약 25%다.

심방세동은 뇌졸중뿐만 아니라 심부전도 유발한다. 자동차가 공회전하면 엔진이 망가지는 것처럼 심장이 과도하게 떨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심부전이 오면 심장도 커지고 호흡 곤란도 나타난다.

-심방세동이 발병했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나.

▶심방세동이 맥이 빨라지는 것이다 보니 너무 두근거리고 숨이 차니까 병원에 오곤 하는데 이땐 이미 대부분이 만성화된 경우다. 우연히 심전도를 찍어서 오는 경우가 70%다. 증상으로 발견되는 건 채 30%가 안 된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먼저 약물치료가 있다. 혈전이 생겨 뇌경색이 오지 않게 항응고제를 쓰거나 심방세동을 가라 앉히는 항부정맥 약제를 쓴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순 없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다. 심장은 계속 살아있고 약으로 억눌러 주는 것이다.

약을 쓰다 조절이 되면 계속 약을 먹지만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는 폐정맥에서 들어오는 부분을 차단해 심방세동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신호가 심장에 영향을 주지 못하도록 시술적인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심방세동은 보통 좌심방 폐정맥이라는 데서 발생한다. 심방세동을 없애기 위해 예전에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이라고 해서 심방세동이 일어나는 부위를 하나하나 점을 찍어 태워 없앴다. 수술시간도 8시간, 10시간으로 길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태워 없애는 걸 얼려서 없애게 됐는데 이게 바로 '냉각풍선 전극도자 절제술'이다.

(위)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기 전 환자의 심장 모습. (아래) 고주파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 심방세동 신호를 없앤 모습. (김동혁 교수 제공)
(위)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을 받기 전 환자의 심장 모습. (아래) 고주파로 하나하나 점을 찍어 심방세동 신호를 없앤 모습. (김동혁 교수 제공)

-회복이나 효과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내는 수술은.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도 최근엔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수술 시간이 많이 짧아졌다. 2~3시간 만에 수술이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냉각풍선 절제술은 보통 1시간 내외에서 끝난다.

30~40분 더 수술 빨리 끝내는 게 무슨 의미냐고 하겠지만 환자들의 만족도와 시술이 끝나고 나서 합병증이나 불편감이 천지차이다.

예를 들어 고주파 수술을 하고 나면 붓고 아프고 통증도 심한데 냉각풍선술을 하고 나면 40~50대 남성들은 다음 날만 되면 바쁘다고 집에 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또 큰 문제는 고주파의 경우 태우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칫 심장을 뚫리는 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냉각 풍선 전극 도자 절제술(Cryoablation)을 받은 후 심장의 모습. 빨간 원이 냉각풍선 시술 부위. (김동혁 교수 제공)
냉각 풍선 전극 도자 절제술(Cryoablation)을 받은 후 심장의 모습. 빨간 원이 냉각풍선 시술 부위. (김동혁 교수 제공)

-그럼 환자들이 냉각풍선 절제술만 하려고 하지 않나.

▶모든 환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심방 세동의 진행 단계나 CT를 찍었을 때 해부학적인 구조물, 나이, 합병증 등 많은 것을 고려해 선택한다.

-치료를 해도 재발이 될 가능성은.

▶재발률은 30%다.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이 무서운 질환을 피할 방법은 없는 건가. 예방법이 있다면.

▶모든 의학기사에 나오는 성인병 예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체중 조절하고 식사량을 줄이고 저염식하고. 담배와 커피도 얘기하지만 심방세동은 좀 다르다. 커피가 발병에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는 데이터가 생각보다 없다.

문제는 술이다. 심방세동의 원인은 노화와 술이다. 술은 인위적인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태생 자체가 해로울 수밖에 없는 것도 있지만 술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술을 마시면 흥분되지 않나. 정상일 때처럼 차분한 맥박이 아니고 계속 흥분된 교감신경계에 노출되면 심장이 늙는 거다. 술은 그래서 심장이나 혈관에 아주 안 좋다. 프랑스에서 와인 한잔이 혈관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절대 그 말은 믿지 않는다.

술은 재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어제 술 먹고 새벽에 죽을 것 같아서 왔어요'라는 환자들도 있다. 반드시 금주해야 한다.

-아직도 자신이 심방세동인지 모르고 사는 환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보통 어르신들은 심장이 빨리 뛰는 걸 느껴도 '나이가 들어 그렇겠거니' 하고 넘긴다. 하지만 심방세동은 심장이 빨리 뛰는 것에서 그치는 병이 아니다. 뇌졸중, 심부전, 허혈성 심장질환 및 신장질환 등의 위험 및 사망률을 높이는 만성질환이다.

심방세동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높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항부정맥 치료를 받은 경우 뇌졸중 발병률과 사망률이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심전도 검사를 꾸준히 받고, 이상이 느껴진다면 병을 키우지 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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