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택배 '안심번호' 썼더니…"전화받을 때만 '가상처리'"

'050 시작' 가상번호 쓰면 전화 받을 때만 가상 처리
피싱 막기 위한 정책 때문…"업체 별도 소통 도구 필요"

스마트폰 ⓒ News1 DB
스마트폰 ⓒ News1 DB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1. 30대 직장인 김안심씨(가명)는 최근 한강공원에서 친구들과 치킨을 주문하다 당황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안심번호'를 사용했으나, 위치 확인차 가게로 전화를 걸자 배달원 휴대전화에 김씨의 실제번호가 표시됐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2. 택배기사 박열일씨(가명)는 한밤중 모르는 번호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당일 박 씨가 전달한 물건을 받았는데 불만을 제기한 내용이었다. 박 씨는 쇼핑몰 업체로부터 받은 고객의 가상번호로 문자를 넣었는데, 이 문자를 받는 고객 휴대전화에는 박 씨의 실제번호가 그대로 떴다.

개인 연락처 보호를 위한 '안심번호'(일회용 가상번호) 서비스가 기능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을 이용한 소비자가 안심번호를 설정하더라도 가게나 배달원에게 전화를 걸면 개인 번호가 그대로 노출돼서다. 거꾸로 안심번호를 사용하는 가게나 배달원이 고객에게 정보 확인차 전화를 걸어도 실제 번호가 유출된다.

거래관계에서 수신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소비자는 물론 가게나 배달원도 개인번호 유출을 우려한다.

그런데 수신에만 안심번호를 적용하는 건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자체 사이트 음성통화 및 채팅 기능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쇼핑몰 업체들이 주로 쓰는 B2B(기업 간거래) 안심번호 서비스는 전화를 받을 때만 유효하다.

안심번호를 쓰는 소비자 또는 택배·배달 기사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심번호는 '050'으로 시작하는 12자리 숫자 등으로 무작위 배열된 고유 번호를 말한다. 해당 서비스는 주로 배달 업체·온라인 쇼핑몰 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다.

안심번호는 전화를 받을 때만 상대방 휴대전화에 가상번호로 남는다. 예를 들어 배달 앱에서 안심번호 서비스를 선택하고 치킨을 주문하면, 주문자 연락처가 가상번호로 처리돼 가게로 전달된다. 이 경우 가게 측은 주문한 사람의 실제 번호를 알 수 없다.

반면 주문 고객(발신자)이 치킨 가게(수신자)로 전화를 걸면, 가게 전화기에는 손님의 실제 번호가 나타난다. 이 경우 가게 직원이 손님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할 가능성이 발생한다.

단방향 안심번호에 따른 고충은 택배 또는 배달 기사도 겪는다. 업체로부터 넘겨 받은 고객 가상번호로 "문앞에 상품을 놓아뒀습니다"같은 문자 메시지를 남기면 고객 휴대전화에는 기사의 실제 번호가 표기된다.

배달 종사자 역시 번호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불필요한 연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발신에도 안심번호를 적용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다만 보이스피싱(음성 사기)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가 이를 차단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 자체가 수신 전용 전화번호"라며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문자 사기)의 경우 번호 자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범람할 수 있어 전화번호 변작을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는 가게나 업주 자체 사이트의 소통기능 활성화가 꼽힌다. 사이트나 앱에서 음성 통화 및 실시간 채팅을 지원하면 양쪽 모두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이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각자 연락처를 노출하지 않고 연락할 수 있는 대화창이나 무료 인터넷 전화(VOIP·카카오톡 보이스톡 같은 서비스) 같은 형태가 대표적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프라이버시(사생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쌍방으로 대화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면 고객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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