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의 파운드리화' 시대 온다…삼성·SK HBM4 '눈길'

대량생산→맞춤형 생산으로 체제 변화…'HBM4'로 추세 가속
AI 관련 고객 요구 점점 다양해질 듯…HBM 응용처도 확대

SK하이닉스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서울=뉴스1) 강태우 기자 = '선(先)생산 후(後)판매' 방식이었던 메모리 반도체가 '고객 맞춤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D램과 같은 메모리를 단순히 대량생산해 파는 것이 아닌 고객 주문 형태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커스터마이즈(맞춤형) 메모리'의 대표격 제품이다. 지난해 챗GPT의 등장으로 촉발된 AI(인공지능) 붐 속에 HBM은 AI 맞춤 칩으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개발 중인 6세대 제품 'HBM4'가 '메모리의 파운드리화'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1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진행된 특별강연에서 "CPU(중앙처리장치) 등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가 늘면서 이제는 메모리가 코모디티(범용)에서 스페셜티, 커스터마이즈 제품으로 옮겨가는 시대가 됐다"며 "그 시발점이 HBM4 정도부터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11일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초기술로 세상을 더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자체 칩 만드는 업체 늘어나…'맞춤 메모리' 니즈도 확대

애플의 M1·M2, 퀄컴 스냅드래곤, 화웨이 기린 등 자체 칩을 만드는 업체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는 한정된 상태다. 게다가 빅테크 기업들이 차별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AI 학습 진행 방식 또한 제각각이어서 회사마다 필요로 하는 HBM 등 메모리의 스펙도 다변화하고 있다.

곽 사장은 "지금은 HBM이 AI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이는 메모리 업의 속성이 변하는 시그널로 보인다"며 "CPU·GPU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맞는 메모리를 원하게 되고 메모리가 좀 더 뭔가 해줬으면 좋겠다는 니즈도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HBM3부터 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AMD가 공급받고 있는 HBM3는 각 회사에 맞춰 조금씩 사양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능이나 기술적으로 달라지는 HBM4에서는 맞춤형 추세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4를 수주(주문)형 사업으로 점찍고 가격협상력 유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지난 7월 2분기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앞으로 HBM4로 넘어가면서 에코시스템은 더 복잡해지게 될 것"이라며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유지되고 수주형 사업으로의 가격 결정구조나 이익변동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HBM이 활용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및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제공)
HBM이 활용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및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제공)

◇삼성·SK, HBM4 개발 분주…기술 진보하고 응용처 늘듯

반도체 업체들은 오는 2026년쯤 HBM3에서 HBM4로 세대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이에 맞춰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하이닉스는 다음 세대인 HBM3E도 내년에 양산할 예정이다. 6세대인 HBM4는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HBM4를 개발 계획을 밝혔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올린 기고문에서 "HBM4를 2025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며 "해당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고온 열특성에 최적화된 기술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곽 사장이 언급한 "HBM4가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시기적으로 HBM4가 시장에 나올 때 자체 칩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더 늘어나 있어 HBM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등장과 AI와 같은 스페셜한 영역이 생겨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AI 세상이 열리면서 여기에 맞는 메모리가 필요해졌고 HBM이 그에 적합한 커스텀 메모리임을 입증했다"며 "향후 데이터센터에서 단말기 쪽으로 (HBM과 같은) AI 반도체 칩의 응용처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4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등 신공정이 적용되고 기존 제품보다 속도, 용량 등이 향상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제공)
HBM4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등 신공정이 적용되고 기존 제품보다 속도, 용량 등이 향상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제공)

HBM4는 HBM3 대비 큰 기술적 업그레이드가 예상된다. HBM4는 I/O(입·출구) 수가 2048개로 현재 제품보다 2배가량 늘고 최대 2.3TB/s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브리드 본딩과 같은 신공정으로 전력 효율, 속도가 향상되고 용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 밖에도 3D 패키징 기술을 적용해 고객이 원하는 위치에 HBM을 놓는 등 디자인 자유도도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객 니즈에 맞춘 기술 적용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HBM에 AI 관련 기능을 더 추가한다거나 칩 간 연결성·효율성을 높이는 등의 기술적인 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최근 반도체에서는 서로 다른 칩을 엮는 이종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 패키지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HBM에도 패키징 기술을 접목해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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