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명' 나흘 간격 살해한 범인…거짓말 속아 TV제보한 40대[사건의 재구성]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12일 전북 완주군 상관면 한 과수원에서 부산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돼 출동한 과학수사 관계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0.5.12/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전북 전주에서 15년 넘게 알고 지낸 A씨(39)와 B씨(34). 두 사람은 형, 동생 관계로 종종 연락을 주고 받으며 가깝게 잘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B씨가 살인 사건 가해자로 지목받게 된다.

A씨는 함께 보낸 세월이 있기 때문에 'B씨가 정말 사람을 살해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B씨가 범인이 아니길 그 누구보다 바랐다.

하지만 B씨는 여성 2명을 나흘 간격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고,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B씨는 바로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최신종이다.

최신종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으면서 A씨도 법정에 서게 됐다. 적용된 혐의는 사자명예훼손. 최신종의 말을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사건은 최신종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시기에 벌어졌다.

A씨는 2020년 4월27일 한 시사교양프로그램 작가에게 먼저 연락을 취해 "최신종 지인이다. 경찰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제보했다. 이날은 최신종이 범행을 저지른 지 1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수사 초기 단계라 범행 경위, 최신종 진술의 진위 여부 등 아무것도 확인이 되지 않은 때이기도 했다.

A씨는 작가에게 "(피해 여성 중 1명인) C씨(당시 34·여)는 최신종과 사귄 사이였다"고 말했다. 이는 최신종이 면회를 온 A씨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한 말이었다. A씨는 최신종의 말을 굳게 믿었다. 사실이 왜곡된 언론 보도로 인해 괜한 누명을 쓰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최신종이 말한 내용을 곧바로 방송 작가에게 전한 이유이기도 했다.

A씨는 작가에게 "나이 서른 넘은 사람이 100만원 때문에 사람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C씨와 두 달 정도 만났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서 12월에 헤어지고…최근까지 만난 거다"라며 "공원에서 20~30분 동안 얘기를 나누면서 팔찌랑 돈이랑 그 여자가 다 줬다고 했다"고 했다.

또 "여자가 '너는 왜 도박에 빠지냐'며 (최신종을) 자극했다고 하더라"며 "여자가 좀 비웃는 식이라고 해야 하나, 슬슬 약 올리는 말투로 얘기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최신종이 강제로 금품을 뺏거나 성관계를 한 게 아니라고 A씨가 대변한 것이다.

A씨의 이 같은 발언은 방송에 그대로 나왔다.

하지만 A씨의 바람과 달리 최신종은 범행 후 두 달 뒤 성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살인), 강도살인, 사체유기 등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최신종은 그해 4월14일 11시55분께 전북 완주군 이서면에서 C씨를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한 뒤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범행 후 시신을 임실과 진안 사이 하천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범행 과정에서 82만원 상당의 금팔찌 1개와 현금 48만원 등 총 130만원 상당의 금품을 강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최신종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첫 범행 후 나흘 뒤인 4월19일 오전 1시께 전북 전주시 대성동 한 주유소에 세워진 자신의 차 안에서 D씨(당시 29·여)를 살해하고 시신을 완주 상관면 한 과수원에 유기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최신종과 D씨는 채팅앱을 통해 만났다.

최신종은 A씨에게 말했던 것처럼 법정에서도 "피해자들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고 강간·강도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일부 범행을 부인했다. 하지만 1·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2021년 7월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면서 이 형은 확정됐다.

C씨 유족들은 재판이 확정된 뒤 A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확인 작업 없이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김은영)은 지난 1월12일 "피고인은 적극적으로 방송사에 연락해 공연히 허위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망한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와 A씨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사건의 정확한 진상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감형했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지난 5월4일 "피고인은 당시 경찰 수사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고의의 정도도 미필적 고의에 불과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피고인의 허위사실이 반박된 점, 최신종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객관적으로 밝혀진 시기는 범행 이후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형은 무겁다"고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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