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번지수 잘못 찾은 정부…음식점 소주가격은 사장님 마음

정부 술값 인상 금지 발언에…기업들 이중고
식당 소주 1병 6000원까지…인상폭 과분 논란도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2023.2.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0일 서울의 한 식당 주류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 등이 채워져 있다. 지난해 일제히 상승한 소주와 맥주 가격이 올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세가 큰 폭으로 오르는 데다 원·부자잿 가격 및 물류비 역시 상승한 영향이다. 2023.2.2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세금은 오르고 원가 부담은 커지는데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고 하니…. 부담은 주류업체가 다 짊어지라는 얘기죠."

주류업체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류세 인상 이후에도 주류업체에 소주·맥주 등 술값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면서입니다.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는 취지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추 부총리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세금이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을 그만큼 혹은 그보다 더 올려야 하는지 업계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음식점 소주1병 값 6000원 시대가 도래하면 서민과 직장인들에게 심리적으로 압박이 되지 않겠냐는 주장이 배경입니다.

이를 본 주류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A 주류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세금 얘기만 하고 있는데 원자잿값 인상 등 원가에 대한 부담이 크다"며 "적자를 감안하면서까지 기업을 운영하라는 것은 강압적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1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오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출고가 인상을 부추겼으며 소주는 7.6%, 맥주는 5.5% 올랐다. 2023.2.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1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주류를 고르고 있다. 지난해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 대비 5.7% 오르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출고가 인상을 부추겼으며 소주는 7.6%, 맥주는 5.5% 올랐다. 2023.2.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기재부는 세법 시행령을 통해 4월부터 맥주에는 L당 885.7원의 세율을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20.8원과 비교했을 때 3.57%(30.5원) 올랐습니다.

기재부는 "맥주에 대한 세율 인상은 오히려 중산·서민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금은 올려야 하는데 물가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물가 상승률의 100%가 아닌 70%인 3.57%만 반영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국민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가격 변수인 세금이라도 최소한으로 정부가 정했어야 했습니다.

주류업체들은 술값 인상의 주요 원인을 세금으로 꼽고 있습니다. 맥주 출고가에서 세금 비중은 약 5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소주의 경우 맥주처럼 주세가 인상된 것은 아닙니다. 소주는 제조가격에 72%의 주세와 21.6%의 교육세가 붙습니다. 업체들이 출고가격을 7% 올렸다고 할 때는 세금까지 포함된 가격입니다. 출고가격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더해집니다. 세금까지 붙은 소주 가격은 1100원대에서 1200원대입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세금을 올려놓고 가격을 올리지 말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말을 들을까 싶다"며 "고물가 시대에 한시적으로라도 정부가 세금을 우회하는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합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소주·맥주 가격은 더욱 높아질 예정입니다.

병당 출고가 자체는 100원도 채 오르지 않았지만, 식당과 주점에서는 출고가 인상을 이유로 1000~2000원대 가격을 조정해왔기 때문입니다.

난방비, 가스비, 원부자잿값 급등으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소주 출고가 인상에 비해 소매가격 인상이 과분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재 소주 가격은 4000~5000원에서 최대 6000원까지 오른 상태입니다. 일부 강남 일대에서는 소주 가격이 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맥주 가격(4000~5000원)까지 더하면 '소맥'(소주+맥주) 가격은 1만원대 초반을 훌쩍 웃돌게 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대신 인상 가격을 이연하거나 순차적으로 올려 기업의 숨통을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정책자가 여러가지를 고려해 발언을 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현금이 줄어들고 물가가 더욱 오를 일만 남은 상황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에게까지 철퇴를 내리는 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hj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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