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왜 하필 지금 통화완화 축소에 나섰을까

장기금리 상한 0.5%로 인상…구로다 "출구전략 아니다"
"美 금리인상 종료 전에 움직였다…엔고 위험 감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 로이터=뉴스1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 중앙은행 일본은행(BOJ)이 20일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축소하며 올해 글로벌 긴축행렬의 끝물에 발을 담갔다. 일본은행의 정책 수정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내년 글로벌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올해 일단 미미하게 긴축하지만 내년 추가완화의 여지를 마련한 셈이 될 수 있다.

BOJ는 이틀 일정의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장기(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한을 기존의 0.25%에서 0.5%로 높였다. 시장의 장기금리는 기존의 상한인 0.25% 수준에서 움직였기 때문에 '사실상 금리인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실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BOJ 결정을 기준으로 0.25%에서 0.46%로 뛰었다.

그동안 BOJ는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라며 정책 수정의 필요성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소비자 물가(변동성이 큰 신선식품 제외)가 전년비 3.6% 오르며 7개월 연속 BOJ 목표 2%를 웃돌았고 결국 정책수정을 통해 물가압박을 억누를 필요성이 있다고 BOJ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포스트 팬데믹에 따른 경제 회복으로 인력 부족이 심해져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 인상도 일어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되며 엔화가 30년 넘게 만에 최저로 떨어진 점도 정책변경을 압박했다. 내년 4월 퇴임을 앞둔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현재의 대규모 완화정책 설계자인 만큼 일종의 출구 전략 첫걸음을 내디뎌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통화정책이 완전히 긴축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단기 금리는 기존의 마이너스(-) 0.1%로 유지됐다. 또 매월 매입하는 채권 규모도 7.3조엔에서 9조엔으로 확대했다. BOJ는 이날 정책 결정에 대해 통화완화의 지속성을 향상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구로다 BOJ 총재는 이번 결정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융완화의 효과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금리인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출구전략의 한 걸음이 아니다"라며 "출구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지난 10년에 걸친 대규모 완화의 효과가 부작용을 웃돌고 있어 정책을 수정한 것이라고 구로다 총재는 설명했다.

내년 미국의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BOJ가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수 있다. 앞으로 미국 경제가 더욱 감속해 BOJ의 정책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예상을 깨고 선제적으로 완화를 축소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인하 국면에 접어 들면 엔화 강세로 인해 BOJ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T&D자산관리의 히로시 나미오카 최고전략가늘 로이터에 "미국은 침체에 직면했고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이 끝날 수 있은 상황에서 BOJ가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BOJ가) 나중에 움직였더라면 엔이 더 큰 폭으로 오르고 다른 자산의 변동성이 더 커지는 위험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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