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봉렬 한예종 총장 "설립 초기 열정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예술교육 하자는 사회적 여망에 예술학교 출범"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총장. © News1 송원영 기자

</figure>교수 채용 및 입시 비리, 재학생의 잇단 자살, 교수의 학생 성희롱 등 각종 비리와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자성과 쇄신을 다짐했다.

김봉렬 한예종 총장은 25일 서초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비상쇄신위원회 구성·운영 ▲심사위원 4배수 확대를 포함한 교수채용 과정의 심사절차 시스템화 ▲공채 과정 문제 발생시 공채조정위원회를 거쳐 공채 중단 ▲클린신고센터의 비리 신고 기능 강화 ▲비리 엄중 조치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교수 채용 심사 절차 시스템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 현재 심사는 4단계에 걸쳐 하고 있다. 1, 2차 심사가 전공, 인적사항에 대한 심사이고 외부 심사위원이 반이다. 2배수로 추천을 받아 선정한다. 앞으로는 이를 4배수로 선정할 계획이다. 외부 심사위원의 경우는 심사 당일 본부 차원에서 임의로 통보할 예정이다. 현재는 해당 원과 과에서 추천을 받는다.

- 클린신고센터의 그동안 실적은.

▶ 클린신고센터는 재작년 학교 직원의 면직 처리를 위해 만들었다. 성희롱 사건 때문에 개설했다. 입시 불만 등 학생 권익 보장 차원의 내부 신고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이제 교직원 차원까지 확대해 교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신고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 신고 사항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하고 사후 조사와 조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특히 교수진 사이에서, 교직원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은 내부의 신고 창구가 없었던 것 같다. 성희롱 사건은 교내에 여성활동연구소, 양성평등연구소 등이 있어 그쪽에서 신고를 받았다.

- 클린신고센터가 학교내 자정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나.

▶ 학교 차원의 권한은 제한돼 있다. 최대한 자정기능을 위한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다. 학교 차원 노력이 한계 상황이 오면 문화체육관광부의 자정 기능이 있고 외부에 요청할 수도 있다. 심각한 상황이 되면 경찰 수사도 의뢰할 수 있다. 이런 사안들을 교내에서 거르고자 하는 의지다.

-학교비상쇄신위원회의 구성은.

▶ 외부에서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분들을 모시려 하다보니 그림 보여주기식이 아닌가 해서 문화계에서 존경을 많이 받고 한예종 설립 이후로 조언도 해주고 많은 말씀을 해주셨던 분들을 모셨다. 위원장은 법적으로 취약점이 많아 법조계 계신 분을 위촉했다. 몇차례의 고민 끝에 위원들을 선정했다.

법적 규정은 없고 총장에 대한 철저한 자문기구로 한시적 기구다. 학교가 모든 걸 방임하고 쇄신위에 기대는 것은 아니다. 좀더 철학적이고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외부의 눈으로 받았으면 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디테일한 내용은 학교가 협력해 만들어 나갈 것이다.

내부 쇄신위원회 위원도 보직을 맡지 않은 중진교수로 구성했다. 보직자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겠지만 쇄신의 방향을 정해 나가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되길 바란다. 격주간의 회의를 통해 나온 지침을 통해 두달 정도의 토론 끝에 쇄신안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 지난 석달간 중창포럼이란 타이틀 속에서 이미 4개 분야에 걸쳐 준비를 해왔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문제를 느끼고 방향을 설정하는 중이다.

- 하반기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이 나오나.

▶ 교수 두명이 징계, 파면된 상태이지만 두명만의 문제는 아니고 학교 전반적인, 예술계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인 시스템은 마련해 보강해 왔지만 이번 사건처럼 뒷거래 이런 부분들은 적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풍조를 없애는 최선의 노력이다.

시작 단계라고 생각해 달라. 이런 사건이 있었든 없었든 재정비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었던 차다. 쇄신 체계라는 것이 교수 공채에 집중돼 있는 감은 있지만 종합적으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교수 임용 비리의 근본적인 근절책은.

▶ 공정성이 가장 문제인데 예술 입시라는 것이, 예술적 평가가 객관적으로 나오기 위한 난항이 있다. 객관성을 담보하면서도 일반적 대학 입시가 아닌 우수한 학생들을 발굴하기 위한 입시다.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미술원은 1차 선발 학생을 대상으로 3일 정도 워크샵을 해 작품 만들고 토론도 하는 것을 지켜보고 평가를 해서 입시를 치른다.

예술계 입시라는 것이 신뢰를 갖지 않으면 해나가기 어렵다. 객관성, 공정성만 갖고 하다보면 기계적 입시가 되고 만다. 잠재력보다 훈련된 학생, 학원에서 잘 교육된 학생을 뽑게 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성과 잠재력을 동시에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쇄신을 하면 규제 위주로 가게 된다. 그런 쪽으로 가다보면 교육이 가져야 될 본성을 훼손해 운영할 가능성 크다. 교육기관이 가져야 할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늘 있다.

- 외부 수사기관의 개입 없이 학내 자체적인 비리 관련 조치는.

▶ 정모 교수건은 외부의 개입없이 학생의 이의로 인해 파면하고 재임용을 탈락시켰다. 그 이전에 소문을 입수하고 해당 교수 확인을 거쳐 정직 3개월 징계한 것도 있다. 수면 아래 있는 것들은 알지 못하겠지만 수면 위는 노력이 있었다.

최근 2011년부터 2013년에 걸쳐 집중적으로 여러 건들이 벌어져 전체 문제처럼 보여지고 그런 면에서 억울해 하는 교수들이 있다. 한 두사람의 잘못이기 보다 전체적인 공동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각 원별로 회의를 하고 일부의 상황이 아니고 전체가 다시 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예술 학교가 일반 대학보다 감수성이 있다. 논리적인 판단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판단들도 있다. 그 부분들을 면대면 대화를 통해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 2년 전에도 쇄신책을 발표했었는데.

▶ 단발성이었고 이번엔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다. 교수채용 뇌물 수수가 터졌다. 실제로 비정상적인 사건들이 학교를 둘러싸고 일어났고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겠다. 한두 사건은 개인적인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학교 전체, 예술계 전체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 학교가 20년이 넘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져든 경향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보완보다 학교를 운영해나가는, 예술가들의 근본적인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겠나. 제도로 되는 것은 아니다. 쇄신운영위원회 구성은 제도적 보완 뿐만 아니라 자세 변화를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위해서다. 예술학교 만들었던 초심으로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확산시키는 시작의 순간이라고 보면 된다.

- 개인 비위 처벌은.

▶ 개인적인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7건 정도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두명의 교수가 5건의 비위를 저질렀다. 이번에 교수 공채 사건 당사자인 교수는 금품 강요, 티켓 강요, 성희롱 사건이 계속 겹쳐 결국 학교를 떠났다. 입시비리 관련 교수도 두건의 비리를 저질렀는데 파면 당했다. 지금까지는 사법처리와 함께 갔지만 학교가 자정 능력을 가졌다면 이런 분들을 좀 더 과감하게 징계했을 것이다. 좀 더 그런 도덕적인 책임, 실질적인 책임을 강하게 물을 것이다. 벌칙이라고 해석하지는 않는다.

- 예술계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의 변화란.

▶예술종합학교가 출범한 사회적 여망이 있었다. 잘못된 예술계의 관행들을 개선해 투명하고 깨끗한 예술교육을 하자는 것이 하나이고, 유학을 가지 않고 세계적 예술교육을 국내에서 하자는 것이 두번째다. 후자는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투명성에 대한 것들은 지속해 왔는데 근래에 많은 사건이 터지고 있다. 20년 정도 된 매너리즘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여러 가지 인간적인 피로감도 있을 것이고 급속하게 변하고 있는 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예술계가 수용하지 못한 면이 있지 않았나 자성도 한다.

한예종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투명하다고 했었는데 그런 것 만도 아닌 이번 사건을 보면서 학교에 가졌던 프라이드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예술학교 만들었던 당시 초기의 순수한 열정과 이상으로 회귀해야 제2의 도약이든 새로운 창조이든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술학교가 모델이 돼서 앞장 서 바꿔나가 것이 총장으로서의 임무이고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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