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스페인과의 관계 중단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의 관계에 멈춤이 필요하다"며 "정복의 땅으로 비치지 않고 서로 존중할 시간을 우리 스스로에게 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제국주의 시대 스페인의 식민지였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서 "그러나 그들이 우리를 강탈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로는 멕시코에 투자하고 있는 렙솔, 이베르드롤라 등 스페인 기업들을 들었다. 이들 기업이 스페인 정부는 물론 이전 멕시코 정부와 결탁해 계약을 따내기 위해 뇌물을 준 전례가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음모였고, 그들은 우리를 약탈했다"고 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발언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의 에너지 개혁을 우려하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는 데 AFP는 주목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발전사업에서 국영발전소를 우선하고 민간 특히 외국 기업의 에너지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에너지전환 필요성을 들어,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에너지 개혁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분야에 투자한 스페인 이베르드롤라 같은 민간 기업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공기업보다 부당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금 스페인과 관계가 좋지 않지만 국교를 단절하거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번 발언으로 앞선 논란에 이은 파장이 예상된다.
오브라 대통령은 임기 초반이던 2019년에도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500년 전 아메리카 대륙 정복과 식민 지배 당시 자행한 일을 사과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스페인 정부는 이를 거절했고, 양국관계는 냉각됐다.
스페인 정부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하고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장관은 스페인 외교부가 배포한 자료에서 "우리 정부는 이런 종류의 언급을 정당화할 어떤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며 "관계를 중단하긴커녕, 우리는 양국간 비즈니스관계 증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발언은 스페인의 허를 찌른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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