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흔히 특정 팀이 특정 팀에 유난히 강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일 때 '천적 관계'라 칭한다. 전력 차가 아주 클 때 보단, 서로 엇비슷한 수준인데 전적이 한쪽으로 기울어질 때 보다 적절하다. K리그1 울산HD와 FC서울의 관계가 그러하다.
두 팀은 공히 K리그를 대표하는 강호다. 최근 3연패를 포함, 최근 몇 년간 울산이 리그를 지배하고 서울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자타공인 빅클럽들이다. 그런데 상대 전적은 울산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다. 하지만 올해 첫 대결은 이 구도를 장담할 수 없다.
울산과 서울이 5일 오후 2시 울산 문수구장에서 펼쳐지는 하나은행 K리그1 2025 7라운드에서 맞대결 한다. 리그 3위와 4위, 상위권 클럽 간의 충돌이다.
서울이 승점 11점으로 3위고 울산이 승점 10으로 4위다. 아주 근소한 차이다. 하지만 속을 더 살피면 느낌이 달라진다. 서울은 6경기(3승2무1패)에서 쌓은 승점이고 울산은 1경기 더(3승1무3패) 소화했으니 보이지 않는 격차가 있다.
울산은 4월1일 안방에서 대전하나시티즌과 '18라운드' 일정을 치렀다. 애초 6월15일로 예정된 경기인데 울산의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출전 때문에 앞당겨 치러졌다. 그 경기에서 울산은 치열한 난타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그 18라운드 결과 때문에 이번 서울전이 더더욱 중요해졌다.
울산은 3월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0-1로 졌다. 앞서 4경기 무패(3승1무)를 달리다 포항, 대전에 연패하며 확 가라앉았다. 특히 대전과의 경기 후에는 홈팬들의 '정신 차려 울산' 질타까지 쏟아졌다. 빨리 수습해야하는데, 다음 상대가 하필 상승세 서울이다.

지난해 김기동 감독과 함께한 첫 시즌을 4위로 마무리하면서 준수한 평가를 받은 서울은 올 시즌 적잖은 전문가들로부터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김 감독의 색채가 잘 입혀졌고 김진수, 문선민, 정승원 등 영입도 알차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이 컸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2월15일 시즌 첫 경기에서 제주에게 0-2로 완패, 서울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몸에 좋은 약이었다. 이후 서울은 지지 않고 있다. 최근 2연승 포함해 3승2무인데, 특히 지난 라운드가 인상적이었다.
3월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를 상대한 서울은 막판까지 1-2로 끌려갔으나 정규시간 종료 직전 정승원의 동점골에 이어 추가시간 문선민의 극장골이 터져 짜릿한 3-2 승리를 거뒀다. 동점골을 넣은 '전 대구' 정승원이 전 소속팀 팬들에게 도발적인 세리머니를 펼쳐 화제가 됐던 경기다. 논란은 됐으나 내부 결속은 더 커졌을 서울이다.
요컨대 두 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울산이 기대하는 것은 2017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기운'이다. 울산은 2017년 10월28일 서울에 0-3으로 패한 이후 22경기 연속 무패(15승7무)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도 울산은 서울 상대로 2승2무 잘했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 관심이 향한다.
2연패에 빠진 울산이 2연승의 서울을 만나는 배경이다. 가라앉은 울산이 상승세 서울을 꺾는다면 '천적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반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슬럼프가 길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서울은 절호의 기회다. 지긋지긋한 울산 악연을 끊는다면 선두권 도약과 함께 진짜 우승후보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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