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중 체육관이 무너지면서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10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친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학생들의 운명을 갈랐던 건 '체육관 사용순서'였다.
17일 밤 9시15분쯤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안에 있던 체육관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때 안에는 아시아대학 학생 560명이 있었다.
학교에 따르면 유럽미주대학과 아시아대학 학생 1000여명이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위해 이 리조트로 왔는데 체육관이 한 개라 아시아대학 소속 학생들이 먼저 저녁을 먹고 저녁 8시부터 9시30분쯤까지 체육관에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유럽미주대학 학생 450여명은 아시아대학 학생들이 체육관을 사용하는 동안 저녁을 먹고 행사가 끝나면 체육관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는 게 학교와 학생들 설명이다.
체육관 사용순서에 따라 두 단과대 학생들의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었던 일이다.
17일 현장에서 만난 스페인어학과 박모(26) 학생은 "밥 먹고 (행사장으로 이동하려고)대기하고 있었는데 '우르르'하더니 체육관이 무너져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회상했다.
친구가 해당 리조트로 오리엔테이션을 왔는데 붕괴소식을 듣고 걱정돼 리조트를 찾았다는 이모(19)군 등 3명도 "친구가 밥 먹으러 갔다 살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화는 면했지만 '연락두절'로 애를 태운 가족들도 있었다.
경주에 있던 다른 호텔에서 타 대학 오리엔테이션에 참석 중 여동생(19·영문학과)이 묵고 있던 리조트에서 '붕괴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왔다던 조모(21)씨는 '현장에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소식을 듣고 택시를 타고 현장에 왔는데 입구에서 경찰이 막아 거기서부터 뛰어들어왔다"고 했다.
경찰이 차량을 통제한 지점에서부터 사고현장까지는 약 5㎞ 정도다.
이 사실을 말해주자 조씨는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가는 내내 동생 휴대폰이 꺼져 있어서 너무 걱정되고 무서웠던 기억뿐"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조씨는 "리조트에 도착해서도 동생을 만날 수 없었는데 동생이 한참 뒤 배터리 충전을 하고 전화를 걸어왔다"며 "울면서 서로 전화를 받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7일 밤 9시15분쯤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 건물지붕이 붕괴돼 신입생 환영행사를 하던 부산외국어대 학생 115명이 매몰됐다.
소방당국과 경상북도에 따르면 이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중상 2명, 경상 23명 등 피해를 입었다. 부상이 크지 않은 80명은 집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방당국은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3명이 현장에서 매몰된 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중 2명은 사망자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학생들로 드러났다.
또 나머지 1명은 숙소에서 큰 부상없이 발견돼 현재 매몰자는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오전 중 한 차례 더 수색작업을 벌인 뒤 구조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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