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새시대] ⑤한미일 역사적 협정…다시보는 캠프 데이비드

최초의 단독 3국 정상회의…"캠프 데이비드보다 더 적합한 장소 없어"
캠프 데이비드 원칙·정신, 협의 공약으로 3국 협력 강화 및 제도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우리는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미국 메릴랜드주(州) 캠프 데이비드에서 최초의 별도 한미일 정상회의를 가진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제가 가장 행복한 것처럼 보인다면 그게 맞다. 그레이트, 그레이트 미팅(훌륭한, 훌륭한 회의)이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만큼 이번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미일 3국간 협력에 있어 역사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최초의 단독' 한미일 3국 정상회의…'캠프 데이비드' 역사에 한획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한미일 정상회의만을 위해 3국 정상들이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외국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도,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모두 처음이었다.

3국 정상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북한과 함께 인도·태평양에서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진전을 과시하는 등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회의를 주최해 온 바이든 행정부로선 이번 3국 정상회의의 의미와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고심했고, 그 선택이 바로 캠프 데이비드였다.

캠프 데이비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 대통령의 별장으로 쓰였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회담이나 합의를 도출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21일 백악관 등에 따르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한 최초의 외국 정상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였다. 처칠 전 총리는 1943년 이곳을 방문해 루스벨트 전 대통령과 낚시를 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논의했다.

냉전 시기 첫 미·소 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1959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78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해 협상을 진행, 13일간 협상 끝에 이스라엘과 이집트간 역사적인 평화협정인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발표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이곳으로 초청해 평화 협상을 논의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의 및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이번 회의가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정상회의라고 강조하면서 "다음 시대의 협력을 시작하기에 더 이상 적합한 장소를 생각할 수 없다. (캠프 데이비드는) 오랫동안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의 힘을 상징해온 곳"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당국자도 지난 17일 전화브리핑에서 "(정상회의 장소로) 캠프 데이비드는 매우 신중하게 선택됐다"면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렸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회담 및 2차 세계대전 종전 논의 등을 거론, "저는 이번 정상회의가 분명히 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3국 협력 강화에 공들인 美…우여곡절 속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성사

외교가에 따르면 취임 3년차인 바이든 행정부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개최하기까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대중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차원에서 역내 핵심 동맹인 한국 및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한미와 미일 등 개별 양자 동맹을 기반으로 한 한미일 3국 협력을 사실상 한미일 3국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러나 강제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로 최악의 상태에 머물러 있던 한일 관계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에 '아시아의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 백악관 참모들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주력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지난 2021년에 열렸던 도쿄 올림픽을 호기로 보고, 당시 문재인 정부를 설득해 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참석을 독려했다.

임기 말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었던 문 대통령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성사되는 기류로 흘러갔지만, 당시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 사태 등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한국내 반대 여론이 급증해 결국 문 대통령의 방일은 불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 윤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당선된 뒤 미국을 찾은 정책협의대표단이 한일 관계 개선 및 한미일 3국 협력 의지를 밝히자, 실패를 맛봤던 미측은 지레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내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제3자 변제 형식의 강제징용 배상문제의 해법을 발표하는 등 과거사 문제의 꼬인 실타래를 풀면서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고, 일본이 화답하면서 한일 관계가 급진전됐다.

미국도 이를 놓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 다자회의 계기에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독려하고 3국간 협력도 강화해 나갔다.

여기에 돌발 상황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성사되는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때 심도 있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촉박한 일정으로 인해 3국 정상회의는 10분만에 마무리됐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양국 정상을 워싱턴으로 초청했고, 캠벨 조정관 등 백악관 참모들은 이 기회를 활용해 자신들이 구상해 온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성사시켰다고 한다.

만약 G7때 3국 정상회의가 제대로 열렸다면 이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개최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대목이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의 노력을 설명하면서 "이번 정상회의는 오랫동안 비공개적으로 많은 막후의 관여와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8.18/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3국 정상회의 성과도 역사적…3국 협력 넘어 準동맹 수준으로 격상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3국 정상들이 내놓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및 정신, 한미일 협의 공약 등 합의들도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3국 협력의 주요 원칙을 담고 있으며, 공동의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한반도·아세안·태평양 도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3국 협력을 강화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경제규범,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에도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한미일 협력의 비전과 그 이행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으로, 3국 정상 및 외교·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간 연례 회의 개최 등이 3국 협력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들이 포함됐다.

또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미국의 한국 및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약속을 재확인한 것은 물론 한미일 3국의 연례 합동훈련 실시계획도 발표했다.

한미일 3국간 경제 및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역사상 최초로 3국 재무장관 및 산업·상무 장관 연례회의도 신설됐다.

또한 중국을 향한 메시지도 한층 수위가 높아졌다. 한미일 공동성명 중에선 최초로 '중국'을 명시하면서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의 불법 및 강압적 활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한미일 3국 정상은 집단적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도발·위협에 대한 대응 조율을 위해 3국간 신속한 협의를 약속하는 '협의 공약'을 채택했다. 이같은 협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 및 대응 조치를 조율하겠다는 구상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3가지 합의를 토대로 향후 한미일 3국이 협력을 넘어 '3국 동맹'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게 평가가 나온다. 이미 미국내 전문가들은 '준(準)동맹'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브리핑에서 '궁극적인 목표가 3국간 동맹과 상호방위 협정 체결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설정하지 않았고, 우리는 '공식적인 3국 동맹'이라는 종착점을 설정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한국 및 일본 모두와 강력하고 싶은 수십년에 걸친 양자 동맹을 맺고 있다.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계속해서 협력을 강화하고, 이 3각 협력이 더욱 깊어지고 제도화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gayunlove@news1.kr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이영섭

|

편집국장 : 채원배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종로 47 (공평동,SC빌딩17층)

|

사업자등록번호 : 101-86-62870

|

고충처리인 : 김성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안병길

|

통신판매업신고 : 서울종로 0676호

|

등록일 : 2011. 05. 26

|

제호 : 뉴스1코리아(읽기: 뉴스원코리아)

|

대표 전화 : 02-397-7000

|

대표 이메일 : webmast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사용 및 재배포, AI학습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