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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네덜란드항공 채용 취소 한국 승무원들, 3년 만에 하늘 날 수 있게 됐다

[통신One] KLM, '취업 대기' 한국인 승무원 26명 정식 채용
'꿈의 외항사' 취업 관문 어렵게 뚫었지만…네덜란드 대테러 정책에 '한국 국적자' 채용 취소 위기

(암스테르담=뉴스1) 차현정 통신원 | 2022-08-15 06:00 송고 | 2022-08-15 07:09 최종수정
최종관문인 8주간의 승무원 안전교육을 모두 통과한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윙배지를 수여받았다. © 차현정
최종관문인 8주간의 승무원 안전교육을 모두 통과한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윙배지를 수여받았다. © 차현정

지난 12일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 최고 등급의 보안 구역을 지나 KLM 로열 더치 항공사 직원들만 출입할 수 있는 본사 건물에 들어가자 입구에서 “환영합니다. KLM에 잘 오셨습니다.”라며 한국인 승무원들과 KLM 임직원이 반겨주었다.

8주간의 엄격한 승무원 교육을 마치고 드디어 정식 승무원으로 승객들을 만나는 첫 관문, '윙 배지'를 수여하는 특별한 날.

객실 승무원 총책임자가 윙 배지를 달아주자 참았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한국인 승무원들이 보였다. 이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알고있던 네덜란드인 항공사 교육담당관도 참았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번에 채용이 확정된 총 26명의 한국 승무원들에게는 사실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이제 다시는 항공사 승무원에 지원하면 안 되는구나, 꿈을 접자고 다짐했었습니다.”

뉴스1에 속내를 털어놓은 한국의 젊은이들,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2018년 최종 합격 되었던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첫 비행을 앞두고 있다. © 차현정
2018년 최종 합격 되었던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첫 비행을 앞두고 있다. © 차현정

◇'꿈의 외항사' 합격했는데…보안 정책 변경에 전원 채용 취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항공사인 네덜란드 KLM 로열 더치 항공사는 1984년부터 한국 노선 취항을 시작으로 그 인연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다.

KLM은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해보고 싶어 하는 꿈의 직장으로도 유명하다. 엄격한 노동법 준수와 수평적인 근무환경이 특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매년 많은 수의 승무원 지원자들 뿐 아니라 타 항공사에 근무 중인 승무원들도 이직을 원하는 인기 높은 항공사다.

한-네 노선에 투입되는 한국인 승무원들은 유창한 언어 실력뿐 아니라 승객 안전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교육을 마친 유능한 직원들로, 한국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2018년 여러 관문을 거쳐 최종 합격증을 받은 28명의 한국인 승무원들은 이내 좌절을 겪어야 했다. 대테러 방지를 위해 항공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보안 등급을 상향 조정한 네덜란드 정부의 변경된 방침으로, KLM 항공사 또한 한국 국적의 승무원 채용이 어려워진 것이다.

급기야 양국 정부기관 간 교류 문제로 신원 보장이 불가능해지면서, 채용 준비 서류조차 쉽게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국민 신문고를 두드리고,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그때부터 힘겨운 시간이 시작됐다.

“구청과 경찰서에 수백 번을 전화하고 직접 찾아가 읍소했습니다. 어렵게 통과한 채용 기회를 이렇게 날려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 응답도 듣지 못하고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국민 신문고에 사정을 올렸습니다. 채용 확정자들 모두 지쳐 있었고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거나 다른 항공사로 취직을 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던 권소현씨(29)는 당시를 다시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설상가상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삼키면서 모든 항공사는 채용은커녕 기존 인원 감축에 나섰다. 모두의 기억에 잊힌 최종 합격자들은 갈 길을 잃고 방황했지만, 그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최종 채용 합격증서와 필요한 서류 정보를 취합하여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연을 접한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은 한국 청년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도움이 되고자 백방으로 수소문을 했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른 전례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에 즉각 특별 지원팀을 구성하고 2년 이상 끈질기게 매달렸다.

정연두 주네덜란드 대사는 “한국의 청년 취업난이 심각하고 젊은 친구들이 네덜란드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한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25년 이상의 제 공무원 경력을 총동원하여 상무부, 정무부, 영사부 등 모든 조직의 힘을 모아 전례가 없던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대사관 직원들은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네덜란드 정부 및 항공사 측과 면밀하게 접촉을 하면서 강력하게 한국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했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전원 채용된 26명의 KLM 한국인 승무원들과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의 정연두 대사가 KLM 본사 환영식에 참석했다. © 차현정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전원 채용된 26명의 KLM 한국인 승무원들과 주 네덜란드 한국 대사관의 정연두 대사가 KLM 본사 환영식에 참석했다. © 차현정

◇결과는 '도전자 전원 재채용'…향후 한국인 승무원 더 뽑는 계기로

주 네덜란드 대사관의 적극적인 행정 뒷받침으로 필요한 신원 조회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한 한국인 최종 합격자들은 3년 만에 다시 KLM 항공사의 문을 두드렸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노선이 일부 축소되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KLM 항공사는 재도전에 응하지 않은 2명을 제외한 전원 재채용을 약속하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달래 주었다.

현재까지도 이 부분이 해결되지 못한 다른 국적의 승무원들은 KLM에서 근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승무원들은 가장 먼저 재채용의 기회를 얻어 부러움을 사고 있다.

폴 텔스테헤(Paul Terstegge) KLM 항공사 객실 서비스 부사장은 뉴스1에 “우리 항공사는 단순히 비행기로만 한국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국 노선이 지리적인 영향에서 미치는 지속가능성과 37년 이상 이어온 서비스 혁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승무원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했습니다. 2023년 하반기까지 40명 이상의 한국 승무원을 더 채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라고 밝혔다.

최종관문인 8주간의 승무원 안전교육을 모두 통과한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윙배지를 수여받았다. © 차현정
최종관문인 8주간의 승무원 안전교육을 모두 통과한 KLM 한국인 승무원들이 윙배지를 수여받았다. © 차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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