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몸살 앓는 대학가, 무관심의 값비싼 청구서[기자의눈]

대학가 학생 자치 실종…축제기획단 등 횡령 논란 불거져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한 대학 캠퍼스가 축제를 찾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지난달 22일 서울 성동구 한 대학 캠퍼스가 축제를 찾은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남해인 기자 = 지난달 뉴진스, 싸이, 잔나비 등을 초청해 성대하게 '봄 대동제'를 열었던 동국대는 이달 중순 축제기획단의 횡령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 총대의원회 부의장이자 지난해 축제기획단장이었던 A 씨가 공식 직책 없이 올해 축제 운영에 개입하고, A 씨의 개인 계좌로 입점업체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축제기획단 구성원과 학보사(동대신문)의 의혹 제기로 드러났다.

매년 학생들이 열광하는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축제 운영 주체인 응원단은 예산과 학생복지처 지원금 등을 활용한 내역을 정리한 결산보고서를 2020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심의기구에서 인준받지 않았다는 의혹이 학보사(연세춘추)에 의해 지난달 제기됐다.

이달 인하대에서는 전 총대의원회 의장 B 씨가 차명계좌에 지난해 학생자치비 3900만 원을 여러 차명계좌에 보관하다 뒤늦게 반환했다는 의혹도 학보사(인하프레스)에 의해 제기됐다.

이익 보다는 '정의'를, 부정부패가 아닌 '청렴'을 추구하던 대학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개인의 일탈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이를 견제할 학생 자치가 실종된 것이 오늘 대학의 현주소다.

물론 기자가 대학생 시절 경험했던 총학생회 역시 허술했다. 구성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회계 처리 방식에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눈먼 돈을 마음만 먹으면 착복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총학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유권자인 학생들의 시선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전 아직 대학가 학생 사회에 열기가 남아있던 때에는 총학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질 만큼 치열했다. 단일 출마는 고사하고, 모바일 투표를 열어도 총학 선거가 무산되는 대학이 다반사인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학생 사회도 여의도 어른들이 사는 곳과 다를 바 없었다. 한 번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사람은 재출마를 할 수 없지만 '정권 재창출'을 바랐고, 반대파를 자처하는 이들은 '에타'(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대자보를 올리며 '현 정권'에 견제구를 날렸다.

총학 뿐만 아니라 총대의원회, 축제기획단 등 학생회비에 관한 권한을 쥐고 있는 기구 모두 투명성의 정도가 학생 사회의 열기와 비례했다.

'단절'이 곧 '새로운 표준'(뉴 노멀)이었던 코로나 세대에게는 학생 사회, 학생 자치라는 말도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 무관심이 값비싼 청구서를 내밀 듯 지금 대학도 무관심의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닐까.

hi_na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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