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고 약 마구 먹었다간 간 손상"…발병기전 첫 규명

은평성모병원 교수팀, 독성간염 일으킬 면역 세포 밝혀내
독성간염, 스테로이드로 치료 가능…"환자 치료 도움되길"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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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발생하는 독성 간염(약인성 간 손상)의 발병 기전을 연구진이 국내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로써 환자 치료는 물론 유병률 파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은 양현·배시현 소화기내과 교수와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면역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이뮤놀로지'(Frontiers in Immunology)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부터 2021년 6월까지 약물 복용에 따른 간 수치 상승이나 간 기능 저하를 이유로 조직 검사를 받은 53명의 환자로부터 얻은 간 조직 분석으로 독성 간염이 단순 독성 물질로 인해 발병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독성 물질 또는 그 대사 물질에 대해 △CD8 양성 T세포 △단핵 식세포와 같은 특정한 면역세포들이 반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들의 간에는 정상인의 간과 달리 이 세포의 침입이 명확히 관찰됐고, 침윤 정도가 간 손상 정도와 관련이 있었다.

CD8 양성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로도 불리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종양세포를 파괴하는 역할을 한다. 단핵 식세포는 대식세포로 분화하기 전단계의 세포로, 분화되면 우리 몸에 침입한 외부 병원체 및 독성 물질을 포식작용으로 제거하거나 포식작용을 통해 T세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독성 간염 환자의 간에서 관찰되는 T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다양한 침윤 모습. 1~4단계로 나뉘며 4단계로 갈수록 침윤의 정도가 심해진다/은평성모병원 제공
독성 간염 환자의 간에서 관찰되는 T세포 및 단핵 식세포의 다양한 침윤 모습. 1~4단계로 나뉘며 4단계로 갈수록 침윤의 정도가 심해진다/은평성모병원 제공

이들은 세포의 계통 및 분화·성숙·활성화 단계 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최신 유세포 분석 기법을 이용해 활성화 단계에 있는 CD8 양성 T세포와 단핵 식세포들이 간 손상 정도와 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두 세포에서 분비되는 작은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양도 손상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들은 밝혀낸 면역기전을 바탕으로 면역억제제로 사용하는 스테로이드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치료방향도 제시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독성 간염의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보고는 없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12명의 환자가 독성 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총 53명의 연구 대상 환자 중 50명(94.3%)이 독성 간염 완치까지 추적 관찰됐는데, 전체 환자 중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는 37명(69.8%)이었다. 이들은 최소 7일에서 최장 107일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았고 투여 중단 후 재발은 없었다. 환자들의 스테로이드 투여 기간은 중앙값 기준 30일이었다.

독성 간염은 약물이나 한약, 건강기능식품 등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이 섭취한 약물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독성 물질이 발생해 간 수치가 급격이 상승하거나 간 기능에 손상이 나타난다.

독성 간염은 급성 간염과 마찬가지로 식욕부진, 오심과 구토, 피로감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나고 경우에 따라 관절 통증, 피부 발진 등이 관찰되며 병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복수, 간성뇌증으로 이어진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의 양현 교수·배시현 교수, 서울성모병원의 성필수 교수/은평성모병원 제공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의 양현 교수·배시현 교수, 서울성모병원의 성필수 교수/은평성모병원 제공

양현 교수는 "약물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독성 간염 환자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며 "이번 연구는 발병 기전을 파악해 특별한 치료법이 없던 독성 간염에서 스테로이드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성필수 교수는 "독성 간염 환자의 유병률을 정확히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고 배시현 교수는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향후 독성 간염 환자의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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