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내년부터 100가구 이상 아파트 주차장에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충전시설이 확대되는 만큼 주차면이 줄어들어 주민 불편이 예상되지만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정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입법예고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100가구 이상 아파트는 총 주차면 수의 2% 이상을 전기차 충전시설로 채워야 한다(신축 5% 이상).
◇ 100면 중 2면 내줘야…주차 갈등 심화되나
준비 기간을 감안해 3년 안에만 충전기를 확대 설치하면 되지만 각 아파트는 벌써부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충전기가 설치되는 갯수만큼 가뜩이나 부족한 공용 주차 공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400여 세대 규모의 제주시 이도동 A아파트는 이미 매일같이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 단지 내 주차도 쉽지 않아 저녁만 되면 맞닿은 골목부터 갓길이 전부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워낙 오래된 아파트다 보니 지정 주차는 커녕 세대 수만큼의 주차 자리 확보도 쉽지 않다"며 "이미 5개의 충전기가 있는데 여기서 2%인 10개까지 늘리려고 하면 주민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대표 회의를 통해 신규 충전기 설치 불가 조항을 못 박은 아파트들도 있다. 노후화된 아파트일수록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B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무리 지정주차 공간이라 하더라도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다"며 "충전기 여러 대가 설치되면 전력 사용이 급증해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무턱대고 설치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급 속도 발 맞춰야…과금형 콘센트 도입 계획"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 속도를 고려할 때 충전시설 의무설치는 피할 수 없는 숙제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1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18만대를 넘어선 반면 전기차 충전소는 총 7만2000여 곳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도는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 2만대 시대를 열었고, 지난 7월 기준 등록대수는 2만3262대로 집계됐다. 이미 지역 내 전기차 보급률이 실제 운행차량 대비 5% 수준을 돌파해 충전 인프라 확대가 과제로 떠오른지 오래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김모씨(54)는 "빠르면 내년쯤 전기차 구매를 생각 중인데 아파트 충전기는 딱 2대 뿐이라 고민된다"며 "충전시설이 늘어날지 상황을 보고 구매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아파트, 연립주택, 빌라 등 집단거주지 공용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을 해결하지 못하면 국내 전기차 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며 "충전기 의무화 정책과 함께 과금형 콘센트를 증설해 어디에서든 차를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 역시 시행령 개정 시 설치비 부담과 주차갈등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밑작업에 나선 상태다.
제주도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면 과금형 콘센트 설치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벽이나 기둥 등에 설치하는 과금형 콘센트는 220볼트 콘센트만 있으면 돼 전용주차면이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과금형 콘센트의 경우 충전 속도가 일반 충전기의 절반 수준으로 느린 편이라 콘센트 하나를 완속 충전기 하나로 동등하게 보긴 어렵다"며 "몇 개의 콘센트를 하나의 충전기로 볼 것인지는 추후 고시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입법예고된 개정령안은 예고 기간동안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1월28일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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