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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터치]'세월호 패닉' 와중에 공무원 밥그릇 챙겨준 국회

환경피해구제법 환노위 통과...'공무원 권한 강화시키는 법안' 지적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4-04-24 23:19 송고 | 2014-10-24 18:54 최종수정

김성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2014.4.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월호 참사로 온나라가 비통에 빠져있는 와중에 국회에선 '공무원 밥그릇'을 챙겨주는 법안이 통과됐다.

논란의 법안은 환경노동위원회(신계륜 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가 지난 23일 전체회의에서 가결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하 환경피해구제법)이다. 상임위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은 이변이 없는 한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피해구제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어떤 경우든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막는 방지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법 조항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피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권한을 챙겨주기 위한 법으로 비춰진다.

대표적인 조항이 무과실 책임(6조)과 배상책임한도(7조), 인과관계 추정(9조) 환경오염피해구제정책위원회(16조) 등이다.
환경피해구제법 6조의 '무과실' 책임조항은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할 경우 과실 여부를 불문하고 해당 기업이 피해를 배상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환경오염 물질이 배출되는 순간, 기업은 무조건 보상하도록 돼 있다. 피해를 당했더라도 해당 기업이 우선 보상해야 한다.

'무과실 책임' 조항은 최근 여수에서 발생한 GS칼텍스 원유 유출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사고는 싱가포르 화물선이 GS칼텍스의 송유관을 들이받으면서 발생한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GS칼텍스는 해당 사고의 피해자로 원유유출에 대한 직접 책임이 없다. 그러나 환경피해구제법이 발효되면, 이런 경우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GS칼텍스가 몽땅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 지금처럼 도의적 책임으로 어민들을 보상하는 게 아니라 법에 따라 보상할 수밖에 없게 된다.

'2000억원'으로 명시된 7조의 '배상책임 한도'도 논란거리다. 독일의 경우 배상한도가 8500만유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2배 높은 잣대를 제시한 것이다. 여기에 '중대한 과실의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놓고,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배상책임한도는 사실상 무한대로 지도록 해놨다.

9조에서는 환경오염 피해 발생의 인과관계에 대해 '추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때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적시한 것이다. 즉 해당 기업이 환경오염 물질 배출에 과실이 없더라도, 인과 관계를 추정할 개연성이 있다면 무한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

결정타는 위원회 설치다. 환경피해구제법 16조는 환경부 장관 소속으로 환경오염피해구제정책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는 환경오염 피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환경책임 보험 등을 관리하고 환경오염 피해 규모 보상 등을 심리한다. 위원장은 환경부차관, 위원회 위원들은 환경 관계 업무 경력자와 법조인, 학계 교수 그리고 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원회는 임기 2년으로 20명이내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환경피해구제법이 내세운 개연성에 대해 심리한다. 피해금액도 알아서 정한다. 개연성만 있으면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있다.

기업이나 개인에게 벌칙을 내리고 과징금을 매기는 '법률'은 명확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음주운전 처벌의 경우 혈중 알콜농도가 0.05~0.1% 미만이면 면허정지와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6개월 이하의 징역형, 0.1% 이상이면 운전면허 취소, 500만원 이하의 벌금, 1년 이하의 징역형 등이 기준이다.

환경피해구제법은 기준은 제시하지 않은 채 위원회가 마음대로 인과관계를 추정하고 피해액을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은 환경피해구제법에 대해 '기준도 없고 무한대의 책임만 지라는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하지만 기업들의 입장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최소한 환경오염 피해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라도 제안하자고 했으나 국회는 공무원의 권한만 높여주는 방향으로 법안을 마련했다.

환경피해구제법 통과로 환경부 소속 고위 공무원 및 퇴직 공무원 수십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됐다. 위원회 임기 2년간 막대한 권한을 행사하고 위원회를 거치고 나면 각 기업 고문으로 영입될 게 뻔하다.

기업들은 규제 자체보다 규제를 엄격히 정해놓고 공무원들에게 임의로 집행하게 해놓는 '고무줄 규제'가 훨씬 기업을 괴롭힌다고 하소연한다. 규제가 예측불가능해서 관련 공무원들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고, 이를 활용해 공무원들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노위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의 애통해 하는 가운데 이같은 법안을 슬쩍 통과시켰다. 환노위는 이날 법사위의 월권 행위를 근절하는 내용의 결의안도 채택했다. 온 국민이 비통에 빠진 상황에 소관 부처 공무원과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모습 같아 씁쓸하다.



xpe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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