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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재개 하루전 단원고…실종학생 책상에 빵·우유 등 놓여

[세월호침몰]"얼마나 춥고 무서웠니"…"주희야 해주야 빵 나눠먹어"

(안산=뉴스1) 고유선 기자 | 2014-04-23 07:15 송고 | 2014-04-23 07:26 최종수정
'세월호' 침몰 사고로 큰 슬픔에 빠진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희생자들을 위한 핫팩과 빵, 우유 등이 놓여있다. © News1
"주희랑 해주랑 나눠먹어. 보고싶다", "선생님께 맛있는 것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요. 이 커피 아직 시원해요", "거긴 춥지, 핫팩으로 따뜻하게 있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질식할 듯한 두려움과 싸우다 숨을 거둔 우리 아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빵과 물, 커피가 아이들이 떠난 그곳에 있었다.

다만 얼마 간이라도 살아있었다면 그 어두운 곳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 얼마나 추웠을까. 살아남은 자들은 떠난 이들에게 먹을 것과 핫팩으로 그리움을 전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수 많은 학생들이 숨을 거둔 안산 단원고의 23일 학교 풍경은 이렇듯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다.
아이들이 사라진 학교는 숨막히게 고요했다. 너른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달렸을 아이도 그 모습을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봤을 아이들도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따끔하게 주의를 주던,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을 깨우던 선생님도 사라졌다.

오직 정문부터 복도, 계단, 교실을 가득 메운 수 천 수 만장의 메모들만 학교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아이들이 살아 돌아와달라는, 보고 싶으니 이제 장난 그만치라는 메시지였다.

복도 한 끝에는 1기 선배가 설치해놓은 스피커에서 영화 '어거스트 러시' OST 중 하나인 '썸데이(someday)'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며 떠난 넋을 기렸다. '내게 돌아와 줘요. 나는 여전히 믿고 있어요'라는 노랫말이 보는 이의 마음을 울렸다.

2학년 4반 교실 맨 뒷자리에는 수학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에 미처 챙기지 못한 빨간 필통과 책 한권이 주인을 기다리며 펼쳐져 있었고, 학생들의 책상에 놓인 하얀 국화꽃은 체념한 듯 주인의 넋을 기렸다.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8일째인 23일 오전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정문에 노란리본이 매달려 있다.노란리본은 보고 싶은 이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소망을 상징한다. 2014.4.23/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사고발생 1주일이 지난 단원고는 24일부터 3학년 학생들이 등교를 재개한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8일부터는 1학년들이 학교로 돌아온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오는 만큼 24일부터는 학교를 떠난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교내를 한바퀴도는 일도 중단된다. 아이들의 생환을 바라는 명복을 비는 쪽지들도 내일부터는 한 군데로 모아질 예정이다.

학교는 선·후배들을 잃은 아이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벌써부터 교내에는 전문의 및 상담전문인력 50여명으로 구성된 상담심리치유센터가 자리잡고 아이들과 교사들을 1대1로 상담하고 있다.

센터 소속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아이들은 친구들을 떠나보낸 슬픔에 젖어있었으며, 죄책감,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며 "어떤 아이들은 아예 감정표현을 하지 못하는 등 큰 충격에 빠진 상태를 보였다"고 했다.

홍 교수는 "아이들은 통상 장례식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안정을 찾지만 이번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더 큰 충격을 유발했기 때문에 1~2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생 300여명은 지난 16일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배가 침몰되며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변을 당했다. 이날 현재까지 100여명의 학생들과 4명의 교사가 숨졌다. 교사와 학생을 포함 총 150여명은 실종 상태다.


k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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