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경기 포천에서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를 낸 두 대의 KF-16 전투기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이유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전투기가 똑같이 좌표 오기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에서 2번기가 1번기와 같은 실수를 저지른 이유에 대한 군 당국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7일 나온다.
전날 포천 내곡리에 떨어진 Mk-82 폭탄 8발은 두 대의 KF-16 전투기에서 투하된 것이다. 8발의 폭탄은 원래 타격 지점인 승진과학화훈련장으로부터 8~9㎞ 떨어진 민가와 성당, 군부대 일대로 떨어졌다.
군에 따르면 KF-16 1번 조종사는 작전 투입 전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체계의 위도 좌표 7개 중 1개를 잘못 입력했다. 8개를 입력해야 하는 경도 좌표는 정상적으로 입력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종사는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된 좌표를 지상 사무실에서 전투기용 저장 장치에 입력하고 이를 전투기에 삽입해 데이터를 연동시켜 계기판에 좌표가 나타나게 한 뒤 작전에 나서게 돼 있다.
군은 1번기 조종사가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된 좌표를 저장 장치에 잘못 입력했고, 이후 적절한 '크로스 체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주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2번기에서도 1번기와 같은 장소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점이다. 이론적으로는 2번기 조종사도 1번기 조종사와 '똑같은 오기'를 범해 좌표가 잘못 설정됐다는 뜻인데, 공군 조종사의 좌표 오기가 사례 취합이 어려울 정도로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1번기와 2번기가 우연히 같은 실수를 동시에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군은 이날까지 조사된 내용으로는 2번기 조종사가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된 좌표를 오기 없이 입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1번기와 같은 지점에 폭탄을 투하한 정확한 경위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부연했다. 군 관계자는 "(1번기와 2번기가) 왜 서로 인지가 안 됐냐는 건 조사의 영역"이라며 "지상 혹은 공중에서 두 조종사가 어떤 소통을 했는지 등을 진술과 비행기록 장치 등을 통해 교차검증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가능한 추정은 2번기 조종사가 입력한 좌표와 무관하게 1번기를 따라 기동하며 폭탄을 투하했을 가능성과, 2번기 조종사의 의문 제기에도 불구하고 1번기 조종사의 명령에 따라 해당 지점에 폭탄이 투하됐을 가능성이다.
잘못 투하된 Mk-82 폭탄은 추진체가 없는 폭격용으로, GPS가 없는 무유도 방식이기 때문에 조종사의 수동 조작이 있어야만 투하가 가능하다. 이는 두 조종사 모두 좌표에 따른 '투하 지점'에 도착했다는 판단에 따라 직접 버튼을 눌렀다는 뜻이다.
일각에선 '상명하복'이라는 군 특유의 문화 때문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두 대의 전투기는 편대를 구성해 같이 작전에 투입됐고, 1번기에 선임이 탑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 때문에 2번기 조종사가 약간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타성적으로 1번기 조종사의 지휘를 따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일 2번기 조종사가 좌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는데 1번기에서 이를 묵살하고 지시를 따를 것을 요구했을 경우 조종사의 과실은 더 중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군은 제기된 의문을 추가로 조사해 오는 10일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는 예정이다. 원칙적으로 2번기 조종사의 좌표 오기 가능성도 일단은 열어놓고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이런 사고의 경우 정확한 경위 파악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말 동안 추가 사고조사를 진행해 10일에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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